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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장 옥신각신

하강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송아영을 힐끔 돌아봤다. “대표님, 은지 씨가 건 조건 수락해도 돼요?” “수락하든 말든 난 상관하고 싶지 않아. 근데 일단 말은 해둘게. 내 비서로 있는 한 겸직은 안 돼. 그러는 날엔 아예 다리를 분질러 버릴 테니까.” 화가 잔뜩 치밀어오른 송아영은 하강우와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말을 한 것도 그냥 하강우에게 마지막으로 귀띔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 한계가 어딘지 알려줬다. 양은지에게 2,000억을 빌려도 되지만 빌리면 절대 내기에서 지지 말라는 말이었다. 송아영도 잘 알고 있었다. 하강우는 바보가 아니라 총명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이라면 2,000억을 빌리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강우가 무슨 일이든 송아영의 의견을 묻는 걸 보고 양은지는 순간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점찍어놓은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뺏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송 대표님이 상관하고 싶지 않다잖아요. 이제는 혼자 결정해야 해요. 지금 당장 결정해요. 2,000억, 빌릴 거예요, 말 거예요? 안 빌릴 거면 인정할 수밖에 없죠. 졌다고.” “빌려야죠. 왜 안 빌려요? 어차피 질 일은 없어요. 근데 내가 2,000억을 벌어다 줬으니 은지 씨도 밥은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강우가 껄떡대기 시작했다. 송아영이 이를 듣고는 바로 호통쳤다. “그러기만 해봐?” “다른 여자한테 밥 얻어먹는 것도 안 돼요?” 하강우가 물었다. “안 돼.” “왜요?” “넌 내 비서니까. 비서는 24시간 대기해야지. 어디 감히 다른 여자랑 밥 먹을 생각을 해. 그건 무단결석이나 마찬가지야.” 조급해 보이는 송아영의 모습에 양은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강우 씨, 송 대표님한테 꽉 잡혀 사네요? 만약에 강우 씨가 남자랑 같이 밥 먹는다 해도 송 대표님이 막을까요? 무단결석으로 생각할까요?” 송아영이 양은지를 경계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하강우는 내 비서예요.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 양은지 씨가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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