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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장 예쁜 여자

송아영도 몇억 정도면 눈도 깜짝하지 않고 하강우를 지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몇백억이라 해도 이를 악물고 이리저리 날뛰는 하강우를 지지해 김수호와 도박을 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2,000억은 송씨 가문에게 목숨줄과도 같은 돈이었다. 송아영은 엄숙한 얼굴로 하강우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설명했다. “하 비서, 오늘 여기 온 건 그냥 재미 좀 보려고 온 거잖아. 노름도 판돈이 적을 때는 그냥 노름일 뿐이지만 2,000억은 너무 커. 그러니 내가 빌려줄 리도 없고.” “뭐 괜찮아요. 대표님이 안 빌려주면 다른 사람한테 빌리면 되죠.” 하강우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농담은 아니었다. 양은지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양은지는 중해가 처음이라 김수호와 다른 사람들은 누군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양은지는 회관에 들어올 때 이미 스태프들에게 인사하며 자신의 신분을 폭로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조용히 회관으로 들어온 원인은 중해 상류사회 사람들의 민낯이 어떤지 몰래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이라니? 그 사람이 누군데?” 송아영이 웃으며 물었다. 하강우가 농담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중해에서 2,000억을 하강우에게 빌려줄 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송아영을 제외하면 절대 2,000억을 그에게 빌려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예쁜 여자죠.” 하강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 바퀴 에둘렀다. “예쁜 여자? 어떤 여자?” 송아영은 하강우가 말하는 사람이 자기라고 생각해 물을 때도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누가 제게 2,000억을 빌려주면 누가 예쁜 여자죠.” 하강우가 이소희를 보며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이 비서님, 예쁜 여자 해볼래요?” “그래. 뭐 고작 2,000억인데 촌놈 네가 정말 갖고 싶다면 빌려줄게.” 이소희가 단번에 허락한 것이다. 이에 송아영은 몹시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이소희가 이렇게 흔쾌히 대답한 건 2,000억이라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돈이 있다면 절대 대답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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