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가는 길에 유민서와 심경준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시종 창밖만 바라봤고 심경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온몸에서 그를 거부한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심경준은 검은 눈동자를 유민서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했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심준호의 개인 별장은 서울의 구월만에 있었다. 주위에는 산으로 뒤덮여 있어서 분위기가 아주 고요했다. 마치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숨어서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유민서는 얼굴에 음침했던 표정이 싹 사라지고, 마치 초승달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꾀꼬리처럼 청아하고 아름다웠다.
사실 유민서는 팔찌 때문에 은근히 불안해서, 마음의 준비를 한참 동안 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아연이 왔어? 아이고 내 새끼, 보고 싶어 죽을 뻔했어!”
서 비서는 휠체어에 앉아 있던 심준호를 밀고 나왔다.
손자며느리를 보자마자, 며칠째 풀이 죽어있던 어르신은 순간 다시 살아나더니, 눈썹까지 들썩거렸다.
“이 계집애야, 어디 놀러 간 거야? 나 버릴 생각인 거야?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식었구나?!”
심준호는 유민서의 손을 꼭 잡고 연속으로 세 질문을 했다.
심경준은 언짢아서 입꼬리를 움찔했다.
‘이 늙은이도 참. 나이가 80인데, 아직도 이런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18살 때는 하늘에 날아다녔겠네. 어쩌면 최여준이 조상님이라고 불러야 할 거야.’
“할아버지,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그랬어요. 출장까지 하게 돼서, 연락 못 드린 거예요. 제 잘못이에요. 빨리 절 욕하세요.”
유민서는 쭈그리고 앉으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데, 어떻게 욕하겠어. 그래도 널 봐서 기분이 참 좋아.”
심준호는 이렇게 말하며 심경준을 한번 흘겨보았다.
“괘씸하고 눈이 먼 녀석이 중간에서 설치지 않았으면 우리 손자며느리 매일 보는 건데.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어디 있겠어!”
유민서의 웃음이 씁쓸해 지더니, 대꾸를 하지 않았다.
심경준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내가 오지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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