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어둠이 내려졌다. ACE 최고급 클럽은 최여준의 산업이었다. 너무나도 우울한 기분에 심경준은 웬일로 친구를 불러서 술 마시자고 했다. 최여준이 직접 운전하고 심경준을 데리고 왔다. 언제나 최여준이 먼저 전화했지, 심경준이 먼저 최연준을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난 가끔 내가, 네가 밖에서 키운 여자라고 느껴져.” 최여준은 심경준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 앞에서 최여준은 완전 플레이보이지만, 심경준만 만나면 잔소리 많은 아줌마로 변하기 때문이었다. “나 여자한테도 이런 적 없어. 네가 전화하니까, 바로 차려입고 나왔잖아.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정말 내가 생각해도 감동이다.” “여자한테 이런 적 없다고?” 심경준은 싸늘하게 최여준을 한번 쳐다보았다. “백아연한테 잘도 그러더구먼.” “이번 생에 딱 한 번 그랬다! 아무래도 전형수님이 너무 완벽하시잖아. 나도 모르게 그랬어.” 심경준은 눈썹을 한번 들어 올리더니, 욕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이때 섹시하게 입은 외국 여자들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그중 한 사람은 최여준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그러자 최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안의 천장을 한번 핥았다. “뭘 볼 게 있다고. 다 그 여자보다 못해.” “누구보다 못하다는 거야? 네 전처?” 최여준은 신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심경준, 너 설마 나 몰래 잔 거야? 너 백아연 씨랑 계약 결혼이라면서. 유명무실이라고 했잖아. 역시 남자의 말은 믿으면 안 된다더니. 하긴, 백아연 씨가 그렇게 아름다운데, 네가 무슨 고자도 아니고.” 심경준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엄지와 중지로 위스키 잔을 들어 올렸다. 마치 그가 정말 백아연의 알몸을 봤고, 정말 그녀와 잔 적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런 적 없어. 이상한 생각하지 마.” 심경준의 얼굴이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그는 목젖을 한번 꿀렁이더니, 술을 벌컥 들이마셨다. ‘젠장, 내가 그 여자한테 이상한 생각을 가질 리가 없어!’ 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