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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잠깐.” 박민아의 말을 들은 심경준은 갑자기 짜증이 나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아연 씨, 아직 사과 안 했잖아.” 최여준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정말 당장이라도 양말을 벗어서 심경준 입에 넣어버리고 싶었다. 유민서는 아픈 마음을 참고 냉정한 얼굴로 심경준을 쳐다보았다. 제대로 실망한 유민서의 눈빛에 심경준의 영혼은 큰 충격을 받았다. “새언니가 한 거 아니에요! 새언니가 한 거 아니에요!” 청량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제때 나타났다. 마치 한참 준비하고 있던 번개가 드디어 먹구름을 뚫고 내려친 것처럼 마음에 꿍꿍이를 품고 있던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린 유민서는 순간 두 눈에 빛이 났다. “윤정아!” 심플한 하얀 치마에 ‘시금치’ 머리한 하얗고 가녀린 여자아이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이 우스운 헤어스타일은 바로 심윤혜의 걸작이었다. 심씨 가문에 있을 때, 심윤혜는 심윤정을 자기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다. 심윤혜는 자기보다 예쁜 동생을 질투해서 갖은 방법으로 동생을 괴롭혔다. 그래서 공개적인 장소가 있을 때마다, 심윤혜는 동생이 자기보다 더 주목받을까 봐, 일부로 동생을 못생기게 꾸몄다. 심윤정은 어렸을 때부터 자폐증이 있는 데다, 심윤혜 때문에 더욱 자신감이 떨어졌고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자꾸 몸을 움츠리면서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유민서가 심씨 가문에 있었던 그 3년, 미진 아주머니 외에 유민서에게 따뜻함을 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늘 무시당하던 심윤정이었다. 그래서 유민서가 심씨 가문에서 나온 후에도 계속 심윤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여기서 심윤정을 만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다. 이 의외의 만남에 유민정은 너무나도 기뻤다. “이 계집애가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심윤혜는 자기 동생을 한번 흘겨보았다. “그때 화장실에 은주랑 백아연 둘밖에 없었는데, 백아연이 한 게 아니라면 누가 한 건데?” “아니에요, 새언니가 한 게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심윤정은 다급하고 두려워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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