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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심경준의 검은 눈동자가 순간 수축했다. 그리고 따가운 시선으로 김은주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쳐다보았다. 거센 폭풍우가 곧 휘몰아칠 것 같았다. 김은주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손목의 상처도 신경 쓸 겨를 없이 허우적거리며 심경준의 허리를 안았다. “그런 거 아니야, 오빠! 백아연이 먼저 날 도발했어! 나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 윤정이 원래 머리가 안 좋잖아. 걔 말을 어떻게 믿어?” “머리가 안 좋다고요? 헤어스타일이 안 좋긴 하지만 표현 능력은 아주 훌륭한 것 같은데요?” 최여준은 냉소를 지었다. 그래도 심경준을 고려해서 그나마 곱게 말했다. 플레이보이로 유명한 최여준이라고 해도 김은주 같은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심경준은 이런 가식적인 여자를 천사로 여기고 무슨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김은주를 포기하지 않았다. “백아연이 한 거 아니지?” 심경준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 증인이 앞에 있어서 김은주는 감히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네가 모함한 거야?” 모함이란 두글짜가 입에서 나오자, 심경준의 숨소리가 무거워졌고 심장이 수많은 화살에 뚫린 것 같았다. “아, 아니야…….” 김은주는 놀라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러다가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긴장한 데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기절하고 말았다. ……. 한바탕 소동은 기절한 김은주가 구급차에 실려 가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임주승이 부리나케 달려왔을 때, 유민서는 이미 박민아랑 지하 주차장에 있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제가 아가씨 곁에 없었다니!” 유민서의 왼손을 두르고 있는 하얀 손수건에 피가 묻어있자, 임주승의 심장이 철렁했다. “다치셨어요? 누가 한 건데요? 제가 가서 혼내줄게요!” “괜찮아, 주승아. 회사의 일을 처리하러 갔다는 거, 알아. 그냥 사소한 일일뿐이야.” 유민서는 이렇게 말하며 박민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민아 이모가 이미 해결해 줬어.” “해결은 무슨.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결국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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