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장

고개를 휙 돌린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강주원이 임지섭의 안내하에 미소를 머금고 우아하게 연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가움에 하마터면 “큰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한 강서진이다. 가뜩이나 차갑던 심경훈의 눈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별안간 풍겨오는 한기에 고개를 휙 돌려 심경훈을 바라본 강서진 역시 흠칫 놀랄 정도였다. “어르신, 제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강주원이 공손하게 심남훈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의 강주원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정장 차림이 아닌 옷깃을 바싹 세운 개량복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또 한번 그에게 시선을 빼앗기며 헛된 상상에 빠지기 시작한다. “별 말씀을! 우리 강씨 가문 큰 도련님께서 내 연회에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어르신은 강주원이 강만길 아들이라는 사실엔 개의치 않은듯 인자하게 웃어보이셨다. 그 모습을 본 강서진도 안도의 숨을 후 내쉬었다. 큰 오빠가 오면 어르신이 못마땅해 하실줄 알았는데 쓸데없는 걱정 했구나. “서아야, 이리 와.” 제 발로 나타난 강주원에 임지선과 김은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두 명문가 아들들 사이에서 어쩔바를 몰라하며 심남훈에게 추악한 진면목을 들켜버리는 백서아의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응.” ?! 이게 뭐지? 강서진은 되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뿐사뿐 강주원에게로 다가갔다. 임지선과 김은유가 넋이 나간건 물론이요, 허여찬 역시 고구마 백개 먹은듯 속이 꽉 막혀왔다. 이게 삼각관계에서 제3자의 느낌이라는걸까. 심경훈은 어깨를 파르르 떨며 뭐라도 잡고 싶은듯 허공에 대고 손을 꽉 움켜쥐었다. 이유 모를 씁쓸함이 목 안을 가득 감쌌다. “음? 서아가 강 도련님이랑은 언제부터 알았대? 둘이 가까워 보이네?” 심남훈이 어안이 벙벙한 채 입을 열었다. “아버지 모르셨어요? 서아……” 이때, 강주원이 먼저 임지선의 말을 끊어냈다. “어르신, 3년간 우리 서아 보살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늘 어르신 얘기를 하면서 보답하며 살겠다 하더군요. 그 보살핌과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