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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장

“아버지, 서아는 진작에 강 대표랑 만나는 중이에요. 그러니까 아버지도 더는 강압적으로 서아 엮지 마세요.” 심광섭이 나지막이 속삭이자 임지선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아버지, 우리 집에서 나가자마자 대표님이 데리고 가셨으니까 만난지도 꽤 됐을거예요.” “꽤 됐다고?” 심남훈이 눈을 부라렸다. “그럼요, 제가 진작에 말씀드렸잖아요. 지나치게 마음 쓰시지 마시라고요. 겉과 속이 다른 결혼생활 할 바엔 차라리 알아서들 행복해지게끔 해주셔야죠. 서아 걱정은 하지 마세요, 강씨 가문 도련님도 전혀 꿀리지 않으니까요.” 임지선이 나긋나긋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백서아, 이젠 그 멀끔하고 멀쩡해 보이는 척하는 이미지 어떻게 이어나가나 두고보자!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걸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강서진은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푹 숙였다. “할아버지, 서아 탓하지 마세요.” 이때, 심경훈이 강서진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서아는 저한테 빚진거 없어요. 강 대표랑 같이 한다면 저 역시 축복하고요.” “축복”이라는 두 글자가 겨우겨우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강서진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오만함이 뼈속까지 자리 잡고 있던, “서아”라고는 불러본 적도 없는 남자였는데. 이혼만 안 했으면 서아라고 불러주는 소리에 세상이 떠나갈듯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그저 듣기 거북하기만 할 뿐이다. “헛소리! 축복 안 해주면 뭐 어쩔건데! 내가 너더러 서아 다시 붙잡으라고 하면 붙잡을수나 있고?” 심남훈이 심경훈 어깨를 찰싹 때리며 말을 이어갔다. “서아 다른 사람 만나는게 서아 탓이야? 다 네 탓이잖아 임마! 넌 네 발로 복을 뻥 차버린거라고!” 사람들은 물론 임지선과 김은유 역시 얼굴이 보기 좋게 굳어진다. 이제야 알겠다, 심남훈을 말로 회유하는건 전혀 소용이 없다는걸. 본인이 직접 데려오고 싶을 만큼 백서아를 좋아하시니 말이다. 심경훈이 갑갑한 마음을 뒤로 하고 한마디 했다. “화 안 나셨으면 다행이에요.” “하, 내가 왜 서아한테 화를 내? 보살펴 주기만 해도 모자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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