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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장

누군가를 길들이려면 눈물도 마다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심경훈을 위해 눈물을 흘렸으니 이젠 정말 그를 놔줘야 할 때다. *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은 빨리도 흘러 어느덧 어르신 생신 연회 당일이 됐다. 이번 연회는 만경 그룹에서 고도로 중시를 돌리고 있는 가운데 심광섭은 억소리나는 거금을 들여 선물로 으리으리한 별장 한 채를 선물하고는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연회 장소를 그 별장으로 택했다. 서경시에서 내놓아라 하는 갑부들과 금융계 유명인사들, 그리고 어르신이 속한 서예 협회의 오랜 절친들까지. 연회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오늘을 위해 김은유와 심이슬은 진작 일주일 전부터 예복을 고르며 피부과 시술에 네일에 온갖 심혈을 기울여 왔었다. 생신 연회는 무슨, 둘은 결혼식에라도 참가하듯 가장 눈에 띄는 하객이 되고싶어 안달이 난듯 했다. 아뿔싸 그런데 이걸 어쩌나. 중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별장에 그들의 화려한 드레스는 적잖이 위화감을 줬고 사진 찍을 만한 장소 하나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언니, 선물 뭐 준비했어요?” “귀한 화병 선물해 드리려고. 할아버지가 골동품을 좋아하시거든. 분명 내 선물도 좋아하실거야!” 심이슬이 새로 장만한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지작대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느 시대 화병인데요?” “청조.” “너무 근대 아니에요? 선물로 괜찮으시려나?” 김은유가 순진한 척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어갔다. “전에 경훈 오빠는 경매에서 송조 도자기 80억에 낙찰 받았었어요! 오빠가 그걸 선물하면 언니 선물은 한격 떨어지는건데요?” 그 말에 심이슬이 눈을 희번득였다. “오빠는 만경 그룹 대표님이거든. 당연히 더 좋은거 선물해 드려야지, 그게 우리 그룹 이미지가 될텐데.” “하긴 그렇죠. 역시 우리 남편 최고~” 김은유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난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시는 손녀니까 뭘 선물해도 좋아하실거야. 근데 너! 넌 뭐 준비했는데?” “제껀 송조 시기 물건이예요. 수십억을 들여서 낙찰받은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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