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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장

사모님의 당부가 생각난 오경자가 재빨리 둘러댔다. “그거야 어제 옷 벗길때 봤으니까 그런거죠! 멍도 어찌나 크던지 깜짝 놀랐네!” 어젯밤 긴박했던 그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품에 안긴 백서아가 뱉어내던 뜨거운 숨결과 한 손에 쏙 감기던 잘록한 허리 말이다. 뭐랄까, 저도 모르게 보호본능이 생겨났던것 같다. 그 생각에 눈가가 이글거리던 심경훈은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자존심 빼곤 시체와도 다름없는 심경훈이다. 그런 그가 자존심까지 버리고 사과를 했는데 백서아는 받아주긴 커녕 뺨까지 때렸으니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동정도 아깝지. 이때, 문 밖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허씨 가문 큰 도련님 오셨습니다. 거실에 계세요.” “서재에서 보자고 하세요.” ...... 갑작스런 허여찬의 방문에 누구보다 분주해진건 다름아닌 심이슬이었다. 부리나케 고급 수제 핑크 드레스로 갈아입은 뒤 향수를 마구 뿌려대고는 허여찬을 보러 밖으로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동생 심이나가 눈에 거슬리는 곰인형을 안고 복도에서 산만하게 뛰어다니고 있는게 보였다. 혀를 끌끌 차고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간 심이슬이 심이나를 팍 밀쳐버렸다. “아!” 심이나가 그만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땅에 자빠져버린다. 그 와중에도 곰인형은 품에 꼭 껴안은채 말이다. “하핫! 우리 동생, 언니가 복도에서 요란하게 뛰어다니지 말라고 했을텐데? 언니 말 안 들으니까 넘어졌지?” 잔뜩 들떠있었던 심이슬이 웨이브 머리를 찰랑이며 심이나를 지나쳐갔다. 기분이 좋으니 다행이지, 평소 같았으면 심이나를 밟고 지나갔을게 분명했다. 심이슬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심이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언니 성격은 알고도 남았으니 멍청한 척, 눈치없는 척 굽어들면 불필요한 마찰은 줄일수가 있었다. “작은 아가씨!” 오경자가 달려와 심이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물었다. “어떻게 되신거예요? 여기서 어쩌다 넘어지셨어요?!” “괘......괜찮아요......부주의로 그만......” “방금 셋째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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