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장

그도 그럴 것이 허여찬은 이성을 유혹하는 쪽으로는 전설급이었다. “하, 이번에는 진짜 골절되고 싶은가 보죠, 허여찬 씨?” 강서진은 이를 악문 채 되물었다. 청아한 눈동자에 살기가 일었다. 허여찬은 감히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채 연신 뒤로 물러서며 억울한 체했다. “백서아 씨, 그냥 농담한 건데 뭘 그렇게 사납게 굴어요…. 게다가 뭐가 됐든 저 피해자 아니에요? 때릴 것도 다 때리고 욕할 것도 다 욕하고 제 옷도 망쳤잖아요. 점심에 어머니랑 식사 약속도 있는데 지금 제 꼴을 보면 얼마나 속상해하시겠어요. 딴 건 몰라도 옷 정도는 갈아입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서진도 자신이 확실히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 막고 귀 막은 심경훈 보다 허여찬은 나름 사리가 밝은 사람이었다. 지난번에 김은유 일행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도 자신을 위해 나서줬던 것을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비서에게 새 옷을 준비하라고 하죠. 그리고 방 하나를 내어줄 테니 씻고 옷을 갈아입고 쉬세요. 어때요?” 강서진의 담담한 눈빛으로 세심하게 제안했다. “얼마나 번거로워요. 근처 멀지 않은 곳에 백화점 있으니까 저랑 같이 가서 한 벌 사주세요. 당신 비서가 골라준 게 제 눈에 들 지도 알 수 없고요.” 허여찬은 입꼬리를 올리며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난 백서아 씨가 직접 나를 위해서 한 벌 골라줬으면 하는데.” 강서진은 이 백주대낮에 그가 자신에게 별다른 짓은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그 제안에 응했다. …… 강서진은 부가티 라 부아튀르 느와르를 홀로 운전해 허여찬과 함께 백화점에 도착했다. 가는 내내 그녀의 운전 속도는 허여찬의 심장 박동보다도 빨랐다. 여유롭게 코너를 돌더니 자연스럽게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분명 20분은 걸릴 거리였지만 그녀는 10분 만에 도착했다. 허여찬은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려요, 빨리.” 강서진은 안전벨트를 풀며 무표정하게 차에서 내렸다. “허씨 가문 도련님께서는 한가하시겠지만 전 일개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