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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진수혁은 아직 서지수의 온기가 남아 있는 손끝을 내려다보며 낮게 물었다. “결심한 거지?” 서지수는 말없이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이미 답을 대신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 둘 사이에 있었던 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습관처럼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경주에는 나 말고도 돈 많은 사람이 많겠지.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대,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아무도 너한테 돈을 빌려주지 않을 거야.” 그는 소매를 다듬으며 무심하게 이어갔다. “네 친구 소채윤 역시 마찬가지고.” 서지수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려움이 닥치면 우선 소채윤에게 손을 내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직접 뭘 하지는 않아.” 진수혁은 다시금 그녀의 앞으로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만약 네가 소채윤한테 돈을 빌리려고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해.” 서지수는 양옆으로 내려뜨린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의도적으로 말을 끌었다. 서지수는 가슴이 철렁했다. 진수혁은 그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서며 작은 한숨처럼 말문을 열었다. “앞으론 정직해졌으면 좋겠어. 내 행동이 역겹다며 큰소리치면서도 네 손은 내 셔츠를 놓지 못하더라. 예전에도 너 기분 좋을 때 내 옷을 쥐어뜯는 버릇이 있었잖아.” 그러고는 일부러 구겨진 셔츠를 흘끗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서지수는 참아왔던 울분이 터져 조건반사적으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려 했다. 탁! 하지만 진수혁이 정확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서지수가 급히 손을 빼려 해도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화난다고 때리려고 드는 건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야.” 그는 그녀의 손을 꽤 오래 쥐고 있다가 잠시 뒤에야 놓아주며 말했다. “네 어머니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잘 생각해 봐.”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서지수는 이미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진수혁은 서서히 재킷 단추를 잠그고 무심히 눈꺼풀을 내렸다. “그래, 그러길 바라지.” 그는 떠나려는 듯 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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