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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박지헌은 자신이 제대로 본 게 맞나 싶어 한참이나 이혼합의서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혼? 강하나가 지금 나랑 이혼하려 한다고?!’ 어쩐지 그렇게도 좋아했던 회화나무도 뽑아버리고 물건들도 깡그리 다 정리해버리더라니, 그 몰래 이런 걸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고작 요 며칠 내가 자기한테 소홀해져서? 아니면 혹시... 서다은과 내 사이를 눈치챘나?! ...아니야. 그랬으면 이러는 게 아니라 내 뺨을 내려치고 당장 서다은을 찾아가 묵사발을 만들어 놨겠지.’ 박지헌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한번 굴리더니 이내 강하나가 이러는 게 그저 심술을 부리는 거라고, 자신이 요 며칠 곁에 없었던 것 때문에 삐져서 협박하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나야, 이런 농담 하나도 재미없어.” 박지헌이 이혼합의서를 손으로 구기며 말했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사인해. 난 이혼에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고 싶지 않아.” “강하나!” 박지헌이 이를 꽉 깨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자꾸 이러면 나 진짜 화낼 거야? 심술도 정도껏 피워야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강하나는 그의 입에서 심술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이혼합의서를 보면 모든 걸 다 깨닫고 순순히 합의서에 사인해줄 줄 알았는데 박지헌은 여전히 그녀가 장난하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답이 없는 남자였다. 강하나는 차라리 이대로 자신이 당한 배신과 상처를 하나하나 다 그에게 말해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케케묵은 감정을 꺼내봤자 그녀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런 건 그저 그녀가 서다은을 질투했다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까. 박지헌을 너무 사랑해서 질투로 이성을 잃고 홧김에 이혼합의서를 건넨 것밖에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강하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박지헌 씨,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이혼하고 싶다고 한 거 진심이야. 그리고 앞으로는 내 장 변호사와 연락하도록 해.” 그녀는 박지헌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끊어버린 순간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박지헌과의 3년을 이토록 쉽게 잘라낼 수 있게 된 건 이미 상처를 받을 대로 다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음은 서다은과 박지헌의 사이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하루하루 시들어만 갔다. 아무리 물을 주고 사랑을 줘보려고 해도 그녀의 마음에는 닿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박지헌을 인생에서 끊어버리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똑똑.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이정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안 그럼 저녁에 잠 못 자요.” 강하나는 서둘러 눈물을 닦아낸 후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럼 준비하고 나오세요. 아주머니한테 식사 준비해달라고 할게요.” “그래.” 이정인이 부엌으로 향한 후 강하나는 휴대폰을 들어 장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지헌한테 얘기했어요. 이제부터는 변호사님이 움직여주세요.” “네, 그럴게요. 그런데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할게요. 하나 씨가 가지고 있는 증거자료만 이용하면 재산은 절반 가까이 받아낼 수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한 푼도 받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네, 제가 원하는 건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는 것뿐이에요.” “알겠습니다.” 강하나가 재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돈이 싫어서가 아니다. 괜히 재산분할까지 갔다가 박지헌과 몇 개월을 더 싸워야 할지도 몰라서였다. 게다가 박지헌의 뒤에는 박정재가 있다. 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라 정말 재산분할까지 가면 그는 아주 다방면으로 강하나를 압박해 올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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