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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장

"휴, 도남천이라는 분, 정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가족의 입장에서 말하면 그분은 확실히 가문을 생각하는 분이시겠죠. 하지만 책임감이 있는 아버지는 아닌 것 같네요." 박시율이 듣고나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서정을 향해 물었다. "그럼 당시 어머님을 내쫓을 때, 그분이 어머님에게 돈은 줬나요? 어머님이 도범씨를 임신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서정이 쓴웃음을 지었다. "도범이 태어났을 때 그는 감히 루희에게 사실대로 말하지도 못했어. 하지만 밖에 우리가 살만한 거처를 마련해주었고 우리를 보러 자주 왔었어. 돈도 자주 쥐어주었고. 그러다 도범이 대여섯살이 되었을 때, 드디어 용기를 내 루희에게 말했거든. 그런데 결국 루희는 엄청 화를 냈고 그와 루희 쪽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를 쫓아냈어. 우리더러 멀리 사라져버리라고.” 도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해가 흘렀고, 그의 권세도 하늘을 찌를 만큼 커졌어. 비록 우리가 떠날 때 그는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겠지만, 우리를 정말로 찾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찾아냈겠지. 그런데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어." 말하다 도범이 또 냉소했다. "심지어 5년 전, 엄마의 수술비 천만원이 필요해서 내가 도씨 가문 앞까지 찾아가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 마지막엔 집사가 나와서 도남천이 나더러 꺼지라고했다더군. 그것도 모자라 나를 호되게 모욕까지 했지. 그래서 그때 내가 결심을 내렸어. 나의 아버지는 죽었다고." 서정이 도범의 말을 듣고나서 진지하게 말했다. "도범아, 사실 전엔 나도 너의 아버지를 매우 미워했어. 하지만 어제 그 노인과 몇 가지 일을 확인했었거든. 사실, 너의 아버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야." "그게 무슨 뜻이죠? 그 사람이 날 찾은 적이 있다는 건가요?" 도범이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물었다. "그건 아니지만, 어제 그 노인이야말로 집사였어. 그가 너의 아버지께서 매년 우리에게 천만원씩 보냈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우리는 전혀 몰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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