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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장

서정은 나봉희를 상대하기가 귀찮아 조용히 박시율과 도범을 데리고 큰 별장 밖의 화원으로 갔다. 하지만 서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도범이 먼저 물었다. "엄마, 그 영감과 여인이 엄마를 불러냈죠? 저를 설득해보라고?" 서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생각지도 못했네.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알아맞히다니." "무슨 영감? 여인은 또 뭐고?" 박시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서정이 그제야 박시율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율아, 우리 여직껏 너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어. 실은 도범의 아버지 죽지 않았어, 아직 살아 있어. 바로 도남천이야." "뭐라고요?" 박시율이 듣더니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설마 이제서야 찾아왔나요? 두 사람도 그분이 아직 살아있고 죽지 않았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랄까. 이 세상에는 많은 강대한 세력이 있어. 예를 들면 경성의 10대 가문, 이미 충분히 강대하다고 할 수 있잖아?" 그러다 서정이 잠시 멈추더니 계속 말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가 있어. 경성의 10대 가문을 능가하는 존재. 그게 바로 은세 대가문이야. 이런 가문은 일반적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고 깊은 산속에서 은거하면서 살아. 심지어 그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 "설마요? 경성 10대 가문이 이미 충분히 대단한데, 그들보다 더 대단한 존재가 있다니?" 박시율이 침을 삼키고서야 떠보듯이 물었다. "그러면 도범씨의 아버지가 은세 가문의 사람이라는 뜻인 가요?" 서정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땐 나도 몰랐어. 그때의 그사람은 엄청 젊었고, 그냥 놀러 세상에 잠깐 나왔을 뿐이었거든. 그런데 우리가 마침 첫눈에 상대방한테 반했고,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었어. 당시의 난 우리가 그냥 그렇게 행복하게 평생을 보낼 줄 알았지.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어. 그의 신분과 지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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