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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그러나 송유리는 이내 무의식적인 생각을 부인했다. ‘아니야, 내가 고인성을 좋아할 리 없잖아.’ 분명 고인성이 너무 미워서 자꾸 생각난 것뿐이다. 그녀의 표정을 알아차린 황이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유리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나 보네. 누구야? 말해 봐.” “그런 거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 없어요.” “얼굴이 이렇게 빨개졌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송유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좀 자야겠어요. 저녁에 출근해야 해요.” 황이진은 마지막 한 조각 남은 푸아그라 초밥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 “며칠 더 쉬지 그래?” “놀고먹기만 하는 건 죄라면서요. 그리고 이제 무릎도 아프지 않고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어요. 당연히 가서 돈을 벌어야죠.” “그래. 정 안 되면 게으름도 좀 피우고 그래.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알았지?” “알았어요.” 송유리는 핸드폰에 있는 문자를 확인했다. [이 집 초밥이 맛이 괜찮거든. 맛있어?] [맛있으면 다음에 또 사줄게.] 이게 몇 번째 낯선 번호인지도 모르겠다. 서지훈이 이렇게까지 끈기 있게 버틸 줄은 몰랐다. 이제는 낯선 번호를 차단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난 별로예요.] 이렇게 답장하면 그가 눈치껏 자신의 뜻을 알아들을 줄 알았다. 그러나 곧 그가 다시 답장을 보내왔다. [알았어. 저녁에는 다른 가게로 주문해 줄게.] [?] 로봇도 아니고 상대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송유리는 출근 준비를 마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요즘 비트 타운은 장사가 잘되었다. 원래는 게으름을 좀 피우려고 했지만 그러나 해야 할 주문이 너무 많아서 그럴 여유가 없었고 꾹 참고 일에 몰두했다.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더니 피곤해서 그녀는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시간이 나면 잠깐 쉬면서 최소한 물이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막 주문을 마치고 휴게실로 돌아오자 마침 진우정이 그 안에 있었다. ‘쉬기는 글렀네.’ “유리 씨?” 그녀를 본 진우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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