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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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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21화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해 문지방을 넘다가, 원경릉이 천행이를 안은 모습을 보자, 이리봉청의 안색이 확 변하며 원경릉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때 한 편의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뇌리에 깊이 박힌 아주 익숙한 장면이었다. “당신….” 이리봉청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다가오더니 원경릉을 뜯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신 봤어. 당신을 본 적이 있어!”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어머님, 어머님께선 당연히 저를 본 적이 있으시겠지요. 며칠 전에 눈늑대봉에서 만났잖아요.” 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며 눈을 부릅뜨고 원경릉을 쳐다봤다. “아니, 아니야.” 이리 나리가 의혹의 눈빛으로 물었다. “어머니, 그럼 언제 보셨어요?” 원경릉이 돌아온 뒤로, 이리봉청이 출산할 때 나타나서 도와준 사실을 이리 나리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영석을 깨는 그 순간 상황이 너무 급박하고 위험해서, 아마도 이리봉청이 원경릉을 똑똑히 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제대로 봤다고 해도, 이리봉청에게 있어서는 36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한 번 스치고 지나간 인연까지 기억할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리봉청은 이리 나리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출산 때의 절망과 고통스럽던 기억이 엄습해 와서, 점점 숨을 헐떡거렸다. 물에 빠진 사람이 수면으로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듯, 목을 길게 빼고 숨을 뱉더니 곧 오열을 터트렸다. 이리봉청의 몸이 허물어지며 급기야 무릎을 꿇고 울며 말했다. “아들아, 저 사람이 널 낳을 때 받아줬단다. 저 사람이 우리 모자의 은인이야.” 이리 나리는 순간 복잡한 심경으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이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원경릉은 천행이를 안고서 어쩔 줄 몰라했다. 정말 뭐라고 변명할 수가 없는 것이 원래는 이리봉청이 실성한 뒤로 그 일은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다. 정신이 돌아왔지만 많은 시간이 지났으며, 당시 맑은 정신이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한바탕 꿈을 꾼 것이라 생각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원경릉이 나타나자마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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