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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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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20화

사방이 고요해졌고, 침실에서는 풀 벌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모든 잡스러운 일들이 물 빠지듯 흘러가 이리 나리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고, 그제야 자신의 곁에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이 현실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긴 세월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한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다. 언제나 뭔가가 자신의 머릿속을 억누르는 것 같았고, 가끔 느껴지던 그리움도 금방 사라져 버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주 강렬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둘만의 시간이었다. 이리 나리는 지금 이 고요함을 홀로 즐기며, 또 마음속으로 억눌러왔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마구 느끼며, 자신의 어머니를 아주 조용히, 또 천천히 바라봤다. 이리 나리는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왔다. 우문령은 이리 나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를 보자마자 얼른 일어나 손을 잡았는데, 한마디도 하기 전에 이리 나리가 바닥에 미끄러지듯 넘어졌다. 우문령은 화들짝 놀라 재빨리 사람을 불렀고,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리 나리를 침상으로 옮겼다. 우문령이 의원을 청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자 멸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인 서두르지 마세요. 나리께서는 주무시는 겁니다. 그동안 거의 눈을 붙이신 적 없이 피곤하셨으니 그냥 주무시도록 놔두시지요.” 우문령은 당황해서 이리 나리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봤는데, 정말 잠이 들었는지 얼굴에 긴장이 풀려있었다. 요 며칠 동안 얼마나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우문령은 사람들을 물러가게 하고 침대에서 이리 나리를 지켰다. 이리 나리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잔잔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 이전에 황실의 많은 사람들은 우문령이 공주 신분인데도 상인에게 시집간 것이 황제가 우문령을 홀대해 혼인을 통해 북당의 경제를 살리는 데 이용하는 거라고 떠들어 댔다. 이 결혼은 애초부터 원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마마마가 돌아가시고 이리 나리가 풍경을 보내온 그 순간부터 우문령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 당시 주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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