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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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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01화

하지만 원경릉은 그런 이리봉청을 달랠 수 밖에 없어 자리에 앉아 우선 베개를 꿰매기 시작했다. 베개에는 땟국물이 얼마나 절었는지 바늘도 잘 안 들어가고 안에 들어있는 솜은 옅은 검푸른 색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이리봉청은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원경릉이 베개를 꿰매는 걸 즐겁게 지켜보고 있었다. 베개를 보는 눈빛은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의 눈빛으로, 그저 한없이 바라보며 손을 반쯤 허공에 두고 있었다. 원경릉은 바늘을 찌를 때 혹시라도 아이가 다칠까 봐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이리봉청을 보니 부드러우면서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그리고손을 뻗어 베개를 쓰다듬었다. “아가, 내꺼.” “네, 알아요!” 원경릉은 가슴이 쓰라렸다. 천천히 꿰매느라 베개 전체를 한 바퀴 돌아가며 다 꿰매고 동작은 최대한 느리게 했다. 이리봉청과 같이 앉아 있을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만들어 두어 마디라도 더 하려고 했다. 원경릉은 흥분했다. 전에 가정했던 것을 전부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리 봉청과 이리 나리의 철천지원수를 갚을 수 있고 모자도 상봉할 수 있다. 진정한 상봉 말이다. 이런 생각에 미소가 번지는데 원경릉의 미소가 꽤 따스했는지 이리봉청은 이제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 듯 했다. 조금씩 원경릉 곁으로 다가오더니 더이상 베개를 뚫어지게 노려보지 않았다. 그렇게 안심하고 원경릉에게 진심을 보여주었다. 이 베개는 이리봉청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제나 보배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런 물건에서 손을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리봉청이 원경릉에게 가지는 신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아마 원경릉이 이리봉청의 과거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텔레파시란 정말 오묘한 게 아닐 수 없다. 원경릉은 베개를 다 꿰맨 뒤 이리봉청에게 건네주자 이리봉청은 기쁘게 받아 들고 품에 꼭 끌어안으며 원경릉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원경릉은 순순한 그녀의 미소를 보니 가슴이 쥐어짜듯 아파와 눈물이 차오르는 걸 멈출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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