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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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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00화

원경릉이 뒤를 돌아 우문호에게 말했다. “자기는 서일이랑 이리 나리한테 가서 얘기해 줘. 너무 흥분하지 않게.” 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일한테 가라고 하고 난 여기 있을게.” “아니, 자기가 가야 해. 서일은 세심하게 얘기 못 하는 성격이잖아.” 이리 나리에게 얘기를 전하는 것 말고도 이리 나리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어야 했다. 서일은 할 수 없다. 우문호는 깊이깊이 이리봉청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가 직접 갈게. 당신은 이리봉청 곁에 잘 있어 줘.” “알겠어!” 원경릉은 우문호의 붉어진 눈을 보고 우문호도 감동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우문호는 이리봉청과 일면식이 없지만 이리봉청의 사연을 안 뒤로 가족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우문호는 덕방스님에게도 같이 자리를 뜨자고 했다. 모두 가자 이리봉청은 천천히 경계를 풀고 마침내 원경릉에게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리봉청이 웃자, 모든 어둠이 전부 물러가고 천지가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오는 것 같았다. 이리봉청을 바라보는 원경릉의 눈에 눈물이 일렁거렸다. “저 주세요. 어디 한 번 봐요. 괜찮죠?” 이리봉청은 잠시 망설이더니 베개를 원경릉에게 주었다. 원경릉이 받아서 들었는데 코를 찌르는 시큼한 썩은 내와 함께 아직도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리봉청이 계속 베개를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원경릉은 베개를 안고 또 한 번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눈물이 아롱지는 와중에 원경릉이 이리봉청의 손을 끌더니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넸다. “앉아요. 우리 같이 아가 옷 꿰매요. 네?” 그러자 이리봉청은 마음이 풀렸는지 반항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 원경릉과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원경릉은 안을 둘러보니 침대와 직은 탁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탁자 위에는 식어서 말라비틀어진 찐빵이 놓여 있는데 몇 개는 벌써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이건 아마 주지 스님이 보내온 것이 틀림없다. 이리봉청이 만두 하나를 들고 쭈뼛거리며 원경릉 앞에서 손을 뻗었다. “먹어!” 만두를 받아 들자, 만두 위에 뚝뚝 원경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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