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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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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9화

“아버지가 혼사를 다 결정해놨다고? 왜 나는 그걸 몰랐지?” 원경릉이 경악을 금치못했다. 원경병은 막 열 다섯이 되지 않았는가? 이리 급히 혼사를 치른다고? “이미 내 사주팔자도 그 쪽으로 보냈다고 해요.” “누구한테?” 원경릉이 물었다. “주대유(褚大有)” “주대유가 누구야?” 옆에 있던 기상궁이 “주수보에 조카입니다. 벌써 서른이 훌쩍 넘었다고 하는데, 이 전에 혼인한 세명의 정실(正妻)들이 다 죽어나갔다고 합니다.” 라고 말했다. “고작 열 다섯 여자아이를 서른 중반의 남자한테 시집을 보낸다고? 말도 안돼!” 화난 원경릉의 손이 벌벌 떨렸다. 정후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겠는가? 자신의 딸을 이렇게 물건 넘기듯이 넘기려고 하다니! “아버지께서 말하길 나이가 많긴 하지만 이미 혜정후까지 봉해졌으니 우리 쪽보다는 귀한 신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원경릉이 화가 난듯 물었다. “어쩔 수 없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원경병이 고작 열 다섯살이라고 할지라도 집안 끼리의 혼인을 자신이 이래라 저래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원경릉이 기상궁에게 “혜정후는 인품이 어떱니까?” 라고 물었다. “왕비. 왕야께 물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왕야께서 열 다섯부터 혜정후를 따라 참전했고,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는 직접 전쟁에서 통솔하셨습니다.” 원경릉이 원경병를 보며 “혜정후. 아마 진작 알아봤겠지?”라고 물었다. “알아봤죠. 무척 괴팍한 성격이라고 들었습니다.” 원경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원경릉은 원경병이 단순히 여기에 머무르려는 것이 아니라 혼인을 피하기 위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열 다섯살. 고작 중학생 나이인데. 정후는 자신의 앞길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이기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왕비께서 초왕의 총애를 얻어 아버지의 출세를 도왔더라면! 내가 혜정후에게 시집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원경병이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경릉은 화가 나서 붉어질 것 같은 얼굴을 간신히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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