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화
원경릉 약 상자의 비밀
원경릉은 당연히 우문호의 생각을 모르지만, 그저 양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란 정도로 생각했다. 표면적인 패를 보면 우문호가 주명양과 결혼하는 것이 백 번 낫지만 주명양의 일생을 마치고 싶지 않아 이런 큰 기회를 흔쾌히 놓친다고 믿었다.
완전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굳이 따지면 그냥 가정폭력남 정도다.
“화해 하는 거다. 알았지?” 우문호가 원경릉을 보며 물었다.
우문호의 말투가 좋은 것이, 카리스마도 우월감도 없고 원경릉을 바라보는 눈빛이 진실하다.
원경릉은 지금 사방팔방이 다 적으로 둘러 쌓여 있어 우문호와 내전을 치를 필요도 사실 없다. 원경릉은 머리를 부여잡고 우문호를 똑바로 쳐다보며 진중하게: “화해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말해!” 우문호는 시원시원하다.
“첫째, 또 그 얘기지만, 나한테 손대지 말 것.”
“알았어!”
“둘째, 다시는 후궁을 맞지 않는 방패막이로 나를 쓰지 말 것, 만약 혼사가 다시 거론된다는 가정하에.”
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알았어!”
“셋째, 내 자유를 과도하게 간섭하지 말 것.”
“이건 당연한 거고.” 우문호는 원래 원경릉을 간섭하고 싶지 않고, 이전엔 아예 원경릉을 상대조차 하기 싫었다.
“넷째, 만약 기회가 되면 부탁이야 나랑 이혼해 줘. 우리 각자 행복하자.” 원경릉이 간절하게 얘기했다.
우문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다섯째……”
우문호는 인상을 쓰며, “아직도 안 끝났어? 아니면 그냥 화해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딱 한 개만.” 원경릉이 서둘러, “바로 내 약 상자에 관한 얘기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
우문호는 원경릉에 슬쩍 다가가며, “만약 내가 비밀을 지키려면 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반드시 이 약상자가 어디서 왔고, 뭘 하는 거고, 왜 크기가 변하는지 나한테 얘기해줘야 겠어.”
원경릉은 방금 머리속으로 날조할 스토리를 다 짜 뒀기에, 우문호의 말을 듣고: “이 약 상자 일은 나도 잘 모르지만, 열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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