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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그의 마음에 박힌 가시

말을 마친 성시연은 곧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곧이어 강찬우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성시연!” 그녀는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마음속 깊숙이 차오르는 서러움과 괴로움을 꾹 집어삼켰다. 성시연은 수년 동안 줄곧 이해되지 않은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엄마와 강준석은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진짜 말 그대로 단순한 소꿉친구였을까? 만약 그런 거라면 강찬우의 부모님은 또 왜 이혼까지 다다르게 된 걸까? 그때 성시연은 너무 어려 많은 일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설마 진짜 강찬우의 생각대로일까? 그녀의 엄마는 죽음을 앞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녀를 강씨 가문에 맡겼다. 이건 꽤 합리적인 상황이었기에 성시연은 줄곧 이 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엄두가 안 났다... 이제 당사자인 세 분이 모두 세상을 떠났으니 일말의 흔적이라도 남겼어도 그녀는 입증할 기회가 없다. 그것들은 결국 강찬우의 마음에 박힌 가시가 되어 건드릴 수가 없었다. 오후에 진현수네 집에 도착하자 그가 어제처럼 집에 있었다. 인사를 마친 후 성시연은 곧장 일에 몰두하여 열심히 피아노를 가르쳤다. 이 아이는 그녀와 성만 다를 뿐 이름은 다 똑같은 ‘시연’이었다. 성시연이 수업할 때 진현수는 옆에 앉아서 묵묵히 지켜보았다. 이에 그녀는 조금 난감했지만 괜한 생각을 하지 말자고 본인에게 되뇌었다. 진현수처럼 우수한 사람이 뭐가 모자라서 그녀를 좋아할까? 예전에는 너무 어리고 철부지라서 세상 물정을 몰랐을 뿐이겠지... 잠깐 휴식하는 틈에 진현수가 그녀에게 오렌지 주스를 따라주었다. “예전에 너 학교에서 이거 자주 마시던데, 지금도 입맛 안 변했겠지? 금방 갈아서 만든 거야.” 성시연은 문득 가슴에 따뜻한 전류가 흘렀다. 누군가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주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진현수였다. 그녀는 주스를 건네받고 덤덤하게 옆에 내려놓았다. “고마워.” 진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아빠가 날 강하게 키우려고 일 전 한 푼도 안 줬거든. 결국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이랑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겨우 버텨왔어. 네가 먼저 물어볼 줄 알았는데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거네?” 성시연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가끔은 지나친 관심이 무례를 빚을 때가 있잖아. 다 널 존중해서 안 물어본 거야. 시연이 불러올게. 수업 마저 해야지.” 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성시연은 진현수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한쪽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교수님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연 씨 지금 어디예요? 오늘 너무 바쁘네요. 응급수술이 하나 잡혔는데 지금 당장 병원에 와야겠어요!” 성시연은 몹시 난감했다. 갑작스러운 초과 근무는 전혀 예상 밖이었으나 병원은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니 망설여지는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고 머뭇거리면서 진현수를 바라볼 뿐 미처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그가 먼저 말했다. “일 있으면 가봐. 남은 수업은 나중에 네가 시간 될 때 다시 들으면 되지 뭐. 괜찮아.” 성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토록 배려해주니 감격스러울 따름이었다. “고마워. 병원 쪽에 응급수술이 잡혀서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진현수가 흐뭇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의사 됐네. 난 너만큼 운이 좋지 못해서 결국 아빠가 정해주신 길을 걷게 됐어. 가자, 병원까지 데려다줄게.” 성시연이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괜찮아. 수업도 못 마치고 가버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미안한데 이럴 필요 없어. 그냥 택시 타고 가면 돼.” 진현수는 웃으며 그녀를 밖으로 밀고 나갔다. “뭘 새삼스럽게? 우리 다 의학 전공이고 오랜 친구 사이잖아.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 뭘 의미하는지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얼른 가자.” 그가 따뜻한 손길로 힘있게 어깨를 다독여주자 성시연도 훨씬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녀는 흔쾌히 진현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마도 이게 바로 진현수의 매력이겠지, 그와 함께할 때면 성시연은 항상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병원에 도착한 후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부랴부랴 차에서 내렸다. 사무실에 와보니 10분 전에 응급환자가 수술실로 들어갔고 누군가가 그녀 대신 집도에 나섰다고 한다. 성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병원에서 정말 바쁘지 않은 이상 교수님이 그녀에게 전화할 리가 없는데 지금 또 왜 갑자기 그녀를 대체할 집도의가 나타난 걸까? 이때 간호사가 황급히 달려와 문을 두드렸다. “오셨어요 선생님? 얼른 수술실로 가보세요. 새로 전근한 하 선생님이 아직 우리 장비에 대해 많이 서투른 것 같아요. 어서 가서 도와주세요! 교수님께서 성 선생님이 언제 올지 지켜보라고 했거든요.” 성시연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간호사와 함께 나갔다가 모퉁이에서 익숙한 실루엣과 마주쳤다.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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