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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그래, 같이 가자

그녀는 강찬우에게 왜 여기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가에 다다른 말을 꾹 집어삼켰다. 공공장소에서 강찬우는 그녀와 아는 사이란 걸 밝히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의 냉담한 표정에 성시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옆을 스쳐지나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소독을 마친 후 수술대 앞으로 다가가니 하수현이 한창 환자를 수술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방금 강찬우를 봤을 때 이미 전근한 의사가 하수현일 거라고 짐작했으니까. 하수현은 강찬우와 오래된 친구 사이이고 또한 그녀의 대학교 교수로서 강의도 했었으니 이 업계에서 마땅히 존중해야 할 선배였다. 이런 교수급 인재가 이 병원으로 전근해왔다는 건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또한 하수현은 그녀와 강찬우의 사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일할 때 하수현은 프로답게 수술에만 전념했고 다 마무리한 후에야 그녀와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이야. 찬우랑은 아직도 잘 지내?” 성시연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그는 지금 어느 한 사람만 묻는 게 아니라 그녀와 강찬우 두 사람에 관해서 묻고 있으니 이 속엔 아주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아 네... 우리 뭐, 다 잘 지내죠...” 하수현은 긴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수술했던지라 뻐근해진 어깨를 움직이며 가볍게 웃었다. “이따가 찬우랑 같이 밥 먹으러 갈 건데 너도 함께할래?” 성시연은 얼른 거절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또 할 일이 남아서 두 분이 드세요.” 그녀는 우울한 마음을 달랬다. ‘찬우 씨가 나랑 함께 밥을 먹어줄 리가 있나...’ 그건 그렇고 하수현은 강찬우의 오랜 친구인데 그녀와 강찬우의 긴장된 이 관계를 정말 전혀 모르는 걸까? 하수현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유의하지 않고 제멋대로 말을 이었다. “이 3년 동안 찬우 고생 많이 했어. 아빠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고 해외 지사가 이제 막 시작 단계라 국내로 돌아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어.” 성시연은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결국 말없이 들어주기만 했다. 이때 하수현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내뱉었다. “나였어도 너 혼자 집에 남겨두면 엄청 마음이 안 놓였을 거야.” 성시연은 시선을 살짝 올리고 푼수처럼 웃는 하수현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뛰어난 의술을 제외하곤 바보나 다름없었다. 잘생긴 외모가 아깝게 머리가 썩 똑똑하진 못한 듯싶었다. 강찬우는 그녀를 쳐다보기만 해도 찢어 죽이지 못해 안달일 텐데 하수현은 그동안 진짜 아무것도 몰랐던 걸까?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둘 사이의 관계를 제멋대로 오해한 걸까? 한창 얘기를 나눌 때 강찬우가 다가왔고 하수현은 속도 없이 배시시 웃었다. “우리 다 같이 밥 먹으러 갈까?” 성시연이 떠나가려 할 때 하수현이 덥석 손목을 잡았다. “가긴 어딜 가? 찬우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대체 왜 이런 바보 멍청이가 나타난 거냐고?!’ 다만 이때 강찬우한테서 예상치도 못한 답변이 들려왔다. “그래, 같이 가자.” 성시연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강찬우는 이 몇 년 동안 처음으로 밖에서 그녀와 함께 밥을 먹자고 했으니까.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고 그래서 그 속내도 파악할 수 없었다. 성시연은 결국 이 남자가 하수현의 면을 봐서 자신을 꼽주지 않는 거로 여길 따름이었다. 셋이 함께 차를 타고 중식당에 도착한 후 성시연은 매우 자연스럽게 하수현의 옆에 앉았다. 만약 강찬우의 옆에 앉으면 곧바로 그의 반감을 살 테니까. 수년간 성시연은 이 남자의 눈치를 살피는 게 뼛속 깊은 습관으로 박혀버렸다. 자꾸 저도 몰래 그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데 이 남자가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성시연은 그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또 뭘 잘못한 걸까? 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 걸까? 다만 하수현은 이런 미묘한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강찬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 일은 다 해결했어? 사실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대체 왜 하윤이를 화인 병원으로 데려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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