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7장 거침없는 키스

성시연은 너무 아파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내가 알바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 또 내가 뭘 그렇게 잘못 건드렸는데?!’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없었다. 해명하고 싶지도 않고 딱히 해명할 가치도 없었다. 어차피 강찬우는 애초에 그녀의 엄마가 강씨 가문의 돈을 보고 딸아이를 데려온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강찬우의 부모님까지 이혼하게 된 거라고 여기고 있다... 이 점은 성시연도 어떻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침묵에 강찬우는 더 미쳐 발광하며 대뜸 소파에 드러눕혔다. “돈이 좋으면 내가 줄게. 나랑 자는 게 여러 남자들 사이에서 헤매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아?” 실성한 야수 같은 그의 모습에 성시연은 잔뜩 겁먹고 몸을 움츠렸다. “이러지 말아요. 제발요... 찬우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남자가 거침없이 키스를 퍼부었다. 마치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저돌적인 키스였다. 성시연은 숨을 헐떡이며 긴 속눈썹 사이에 맑은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하대하고 싶지 않았다. 항상 그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고 그럴 때마다 떠나기가 아쉬웠다. 드디어 정신을 번쩍 차린 그녀는 강찬우의 혀를 꽉 깨물었다. 곧이어 입안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강찬우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확 잡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세게 잡지 않았다. 성시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살짝 부어오른 입술을 벌리고 옅은 숨을 내쉬며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이제 더는 나한테 이러지 말아요. 그날 밤에 내가 먼저 찬우 씨 침대에 기어오른 거 아니에요... 나 찬우 씨 사랑하지만 그토록 비열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땐 단지 의외일 뿐이라고요.” 그랬다. 18살 그해, 강찬우를 짝사랑하던 이 마음을 본의 아니게 장본인에게 들켜버렸다. 강찬우는 그녀의 그림과 일기책을 전부 매정하게 바닥에 내던지고 집 밖을 나서더니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괴로웠던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밀을 들켜버리자 하늘이 다 무너질 것 같았다. 대체 이젠 어떻게 찬우 씨와 지내란 말인가? 잠결에 어렴풋이 아래층의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강찬우가 돌아온 걸 알고 불안에 떨며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한참 망설인 후에야 그의 방 문 앞에 다가가 조심스레 노크했는데 이 남자가 대뜸 침대로 끌고가며 숙취해소제를 바닥에 엎어버리고 말았다. 밤새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탐했지만 결론은 그녀가 먼저 유혹한 거로 돼버렸다. 성시연도 딱히 해명하진 않았다. 만약 그날 밤에 그의 방 문 앞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모든 게 그녀가 자초한 일이니 묵묵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강찬우는 가끔 술에 취해 그녀를 방으로 불러왔고 그 횟수가 점점 잦아들었다. 성시연도 처음엔 환상을 품었지만 나중에 서서히 알게 됐다. 두 사람이 아무리 관계를 많이 가진다고 해도 그녀만 저 자신을 하대하는 꼴이 될 뿐 절대 강찬우의 마음을 얻을 수가 없었다. 이때 강찬우가 피식 웃으며 야유 조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 뒤에도 수없이 했는데 번마다 거절하지 않고 다 잘 받아줬잖아. 왜? 그것도 다 의외였어?” 성시연은 문득 말문이 막혔다. 이 남자도 더는 아무 말 없이 미친 듯이 그녀의 옷깃을 찢었다. 이때 갑자기 타이밍도 안 맞게 휴대폰이 울렸는데 강찬우의 전화였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성시연은 이때다 싶어 허겁지겁 도망쳤다.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찬우가 음침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습니다. 이름은 진현수이고 시연 씨 대학 동기였어요. 두 사람 너무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강찬우의 일그러진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는 전화를 끊고 속으로 다짐했다. ‘네가 기어코 내 인생에 끼어든 거야. 그러니까 이젠 내 허락 없이 절대 못 벗어나.’ ... 샤워를 마친 성시연은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에 강찬우가 또 외출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녀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다행히 그 아찔함 속에서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았다. 만약 계속 더 이어진다면 그녀는 또다시 이곳을 떠날 용기가 사라질 것이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