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죽을 죄
잠시 걷다 보니 앞쪽 정자에 모호한 실루엣이 보였다. 성시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딸을 발견한 김민기도 똑같이 딸을 향해 걸어갔다.
“시연아...”
성시연은 김민기가 친숙한 듯 부르는 이름이 듣기 싫었다.
“성은 성 씨예요.”
김민기의 얼굴에 아직 젊었을 적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성시연은 예전에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한편 성시연의 냉랭함에 김민기는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 엄마 성을 따랐구나. 이름이 예뻐. 네가 태어났을 적에 너희 엄마랑 같이 네 이름을 상의하던 게 떠오르는구나. 너희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꽃에서 딴 ‘교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는데... 시연도 참 예쁜 이름이야.”
김민기가 예전 일을 얘기할 때마다 성시연은 뭔가 불편함이 느껴졌다. 눈앞의 사람은 몇 마디 참회로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모든 게 다 이 사람 때문이야.’
만약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면 이제서야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성시연은 얼른 엄마가 남긴 편지를 그한테 건네줬다.
“엄마가 예전에 쓴 편지예요. 어디로 부친 적도 없어요. 잘 읽어보고 잘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 어떻게 엄마의 인생을 망쳤는지!”
김민기는 정자의 가로등 불빛을 빌어 편지를 읽었다. 그는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무수히 많은 편지를 하나하나 넘기다 보니 한시간이 훌쩍 넘었다. 다시 고개를 들 때 그는 이미 눈물 범벅이 되었다.
“엄마와 너를 찾지 않은 게 아니었어. 네 엄마가 널 임신했을 때 내가 안 좋은 일에 휘말려 징역 3년을 받은 거야. 출소한 후 네 엄마를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 열심히 노력해서 멋진 사람이 된 후 너랑 엄마 앞에 나타나고 싶었어. 그런데 네 엄마가 이렇게 빨리 떠날 줄...”
이유가 충분한 듯 보였으나 성시연은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럼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거예요? 우리 엄마는 죽을 때까지 당신을 기다렸는데! 엄마가 돌아갔을 때도 찾아온 적 없잖아요. 저한테 찾아온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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