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장

내가 건넨 말이 함정이 가득한 말이라는 걸 나는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 놓고 연주를 할 남자는 없었다. 만약 이경욱이 연주를 해낸다면 난 이 패배를 흔쾌히 인정할 생각이었다. 나는 이경욱이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에 걸었다. 그리고 내 도박은 정확했다. 이경욱은 냉소를 흘렸다. “좋습니다, 좋아요.” “진가영 씨, 날 여기로 부른 건 날 모욕하기 위해서인가요? 이 사람과 당신 보통 사이 아니죠?” “충고하나 하는데, 너무 어린 남자 만나지 마요. 진중하질 못하거든. 이 사람이 당신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다줄 것 같습니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남자가, 감히 날 도발하다니!” 이경욱은 뒤늦게서야 내가 연주를 한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는 화가 치밀어 끝내 참지 못하고 사회인의 신분으로 나를 교육하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오늘 촬영 장소에 가기 위해 아주 캐쥬얼한 차림이었다. 흰 티에, 청바지, 흰 운동화 차림이라 확실히… 대학생 같았다. 어쩐지 진가영이 나를 성숙하다고 했다 싶어 무표정하게 생각했다. “그럼 어떤 물질적인 이득을 줄 수 있는데요?” 진가영은 이미 고개를 돌린 채 직시하지 못했다. 이경욱은 아직도 진가영이 자신의 말에 부끄러워하는 줄 알고 있었다. 아직 사회에 제대로 발을 들이지도 못한 대학생을 상대로 이경욱은 당연히 기꺼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악단의 지휘자로 부유한 환경에 사회적 지위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정도로 높죠.” “진가영 씨가 저랑 결혼한다면 앞으로 일을 하지 안고 집에서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지내도 됩니다. 원하는 건 전부 다 사줄 수 있죠.” 그의 말에 진가영은 눈을 뒤집었다. 그는 이경욱과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 가부장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진가영에게 있어 일을 하며 꿈을 좇지 말라고 하는 건 죽기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경욱에게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우였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경욱의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진가영 씨가 원하는 게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