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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강다인은 김지우가 나타난 것을 보자마자 눈에 짜증이 서렸다. 정말이지 인연이란 건 가끔 참 짓궂다니까!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어디서든 꼭 마주치게 되니까. 김지우가 얄밉게 다가와선 말했다. “다인 언니, 집 나간 지도 꽤 됐잖아. 별이 오빠가 언니 걱정돼서 카드 정지한 거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강다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김지우를 쳐다봤다. 지난 생에 강다인은 신용카드가 정지된 후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경제적 독립이 되어야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걸. 김하나가 바로 나서서 받아쳤다. “됐거든, 김지우? 그만 잘난 척해라. 다인이가 돌아가기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금방 다시 금수저 생활로 돌아갈 수 있거든. 근데 너는 영원히 그럴 일 없잖아.” 김지우는 이를 갈았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언급되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했으니까. 강다인은 김지우에게 일절 반응하지 않고, 대신 점원에게 말했다. “저 두 벌의 드레스 좀 입어볼게요.” 점원은 강다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정중하게 대했다. 그러나 김지우는 그 광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VIP 카드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 저도 저 두 벌 마음에 드네요.” 김하나가 화를 내며 나섰다. “야, 김지우. 진짜 양심도 없냐? 선착순이라는 말 몰라?” 옆에 있던 서예정이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 지우는 VIP라서 우선권이 있거든? 강다인 너도 VIP 카드 한 번 꺼내봐.” 사실 강다인은 집을 나온 후 아무것도 가져온 게 없었으므로 VIP 카드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점원이 난처한 얼굴로 강다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강다인 님, 어떻게 할까요?” 강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뗐다. “VIP 카드 같은 건 없으니까 그냥 양보할게요.” 김하나는 울먹거릴 듯한 표정이었다. 반면 김지우는 강다인을 마침내 강씨 가문에서 밀어낸 것처럼 뿌듯해 보였다. 마치 자기가 진짜 재벌가의 유일한 딸이라도 된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강다인은 별말 없이 계속 옷을 고르기 시작했지만 서예정은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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