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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8년 전부터 좋아했다고? 박시훈보다도 먼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전에, 고수혁이 또 슬금슬금 서윤아에게 다가갔다. 속세에 조금도 물들지 않은 것 같은 청아한 얼굴이 점점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귓가엔 여느 사람들처럼 욕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유혹하듯 들려왔다. “방금 하던 키스, 계속하고 싶은데. 그리고 윤아야, 네가 원한다면, 내가 책임질게.” 그에 서윤아가 시선에 사로잡힌 듯 고수혁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책임질 건데요?” “결혼하자.” 가볍고 짧은 대답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표정은 진지해서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서윤아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8년의 연애와 3번에 청혼 끝에 남은 건 ‘질렸다’는 세 글자뿐이었다. 그런데 고수혁은, 이렇게도 간단히 자신이 가장 원하는 걸 준다고 한다. 참, 우스웠다. 하지만 고수혁은 시종일관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서윤아는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고, 마음은 격랑을 맞은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어야 박시훈도 더는 너 귀찮게 못 하지.” 정말 사람 마음을 너무 잘 알았다. 결국 서윤아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고수혁의 옷깃을 끌어당기며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댔다. “그럼 책임져요.” …… 다음 날. 박시훈은 병실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병실엔 아무도 없었고, 서윤아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들어보니 옷 갈아입으러 갔다고 했는데, 하룻밤이 지나도록 그녀가 오지 않자 박시훈은 의아해했다. 왜인지 자신이 다쳤는데 서윤아가 제 곁에 없으니, 속에서 짜증이 스멀스멀 끓어올랐다. 결국 박시훈은 그녀에게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가, 어제 서윤아가 남긴 메시지를 봤다. [먼저 타오른 사람은 이미 식어버렸는데, 천천히 타오르던 사람은 여전히 뜨겁게 들끓고 있어. 그때 왜 난 오빠 같은 사람이 진심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오빠, 우리 헤어지자.] 짧은 문자가 벼락이 되어 박시훈에게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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