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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소녀는 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시선이 마주한 순간 나는 그 예쁜 눈동자에서 의아함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이내 나는 소년이 웃으며 하는 말을 들었다. “누나도 음유신의 팬이야?” 나는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그의 마디가 균일한 왼손을 보며 반문했다. “너도야?” “나름.” 소년은 무심하게 말했다. “근데 음유시인이 자기한테 누나같이 예쁜 팬이 있다는 걸 알면 분명 엄청 좋아할거야.” “음유시인은 왼손잡이라서 왼손으로 그림 그린다던데.” 나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눈 앞의 이 의심스러운 인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 방금 카트에서 떨어지는 화물을 잡을 때도 왼손을 썼지.” “그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손아귀에 너랑 똑같이 좁쌀만한 점이 있대.” 남자의 표정이 굳더니 이내 헛웃음을 터트렸다. “누나 설마 내가 음유시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지.” 나는 엄숙하게 물었다. “네가 음유시인이야?” 나의 진지한 모습에 놀란 듯 소년은 건들거리는 모습을 거두며 진지하게 말햇다. “누나, 음유시인은 이미 데뷔한지 10년도 넘었어. 그리고 난 이제 만 22살이고. 일러스트레이터 업계에서의 지위를 생각하면 난 적어도 12살 때부터 창작을 시작한 데다 사고가 민첩하고 영감이 끊이지 않아야 하는 거잖아?” 22살, 찌라시로 얻은 소식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와, 누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능력 있는 남자로 보였구나.” 나는 그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며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외부에는 음유시인의 명확한 나이를 말하지는 않았어.” 잠시 멈칫한 나는 다시 말했다. “게다가 넌 그 사람을 잘 아는 것 같네.” 입장할 때 나는 팬들이 곧 만나게 될 아이돌 때문에 흥분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많이 봤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소년은 너무 담담했다. 담담하다 못해 업신 여기는 듯한 태도였다. “에이, 난 음유시인 골수팬이야.” 그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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