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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임지아는 고개를 숙인 채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전 다른 뜻은 없었어요.” 오영은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임지아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사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프로젝트의 발전을 위해 전 한준 오빠 쪽에 음유시인 본인을 만날 기회가 있지는 않은지 물어봐야겠어요.” 나는 잠시 멈칫할 뿐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오영은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래요. 그럼 미리 임 팀장에게 감사 인사를 할게요.” 임지아는 보조개가 패이게 웃었다. “별 말씀을요, 오 사장님.” 그녀의 미소는 몹시 달콤했다. 하지만 그 달콤함 속에는 위협이 섞여 있었다. 오영은도 그 점을 알아채고는 임지아가 떠나자 씩씩댔다. “문제는 자기가 만들어 놓고 우리가 방법이 없어하니까 나서서 좋은 체나 하고. 진짜로 쟤가 음유시인을 데려오기라도 하면 우린 대체 얼굴 어떻게 들고 다니겠어?” “사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체면이 어디 돈 만큼 실질적이겠어요?” 오영은은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감히 내 앞에서 위협은, 새파랗게 어린게.” 잠시 후, 나는 오영은이 휴대폰의 마이크에 대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 보였다. 음유시인이 정보를 묻고 있었다. 결과는 없어도 시도는 해보자고 잠시 고민한 나는 이내 하정욱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스케줄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밤새 고민한 나는 초대를 받지도 않았지만 선물을 바리바리 챙겨들고 아트 스튜디오로 향했다. 비서는 나를 대기실로 안내했고 오전 10시 반부터 점심 12시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는 예의 바르게 나를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남 팀장님. 허 대표님께서는 아직 바쁘셔서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시죠.” 말을 이렇게까지 한 마당에 눈치 있게 굴어야 했다. 하지만 선물은 그래도 주어야 했다. “남 팀장님, 이 물건들도 도로 가져가시죠.” 비서의 태도는 오만했다. “저희 허 대표님은요 제일 부족하지 않은 게 이런 것들이에요.” 그녀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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