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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일단 성별로 여성 팬 일부는 제외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운을 믿는 수밖에요.” 말 나온 김에 곧바로 행동했다. 식사를 마친 뒤 나와 오영은은 차를 타고 리조트에 있는 팬미팅 현장으로 향햇다. 이건 처음으로 업계 내 일러스트레이터 대가의 팬미팅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나름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적지않은 젊은이들이 음유시인의 그림을 든 채 인내심 있게 줄을 서고 있었다. 가끔 나이가 좀 있는 듯한 사람들도 보였지만 딱 보면 집돌이나, 그냥 이슈 몰이 하러 온 사람들이라 아무리 봐도 음유시인 본인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더욱 재수 없게도 짐 검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경비가 나에게 오영은의 손에 있는 초대장은 한 장 뿐이라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명확히 안내했다. 오영은은 화가 나 짜증을 냈다. “암표상은 나한테 분명 둘이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단 말이에요!” 우리는 다시 한 번 상의를 했고 오영은은 적 내부에 침입하기로 햇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을 보는 데에 있어서는 오영은이 나보다 경험이 더 풍부했다. 그리고 나는 현장 밖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훔쳐보는 걸 좋아한다고 하니까 본인은 미리 현장을 빠져나갈 지도 몰라. 넌 뒷문 잘 지켜보고 있다가 의심스러운 사람 있으면 곧바로 연락해.” 나는 오영은의 그 잔머리에 웃음을 터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걱정마세요, 사장님. 꼭 임무 완수할게요.” 분업을 마친 뒤 나는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팬미팅 현장의 뒷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고 팬미팅이 절반 정도 진행될때까지 의심스러운 사람은 몇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귀띔하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비켜요, 비켜, 얼른 비켜줘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산처럼 물건이 쌓인 카트가 빠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달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바로 앞에는 세살 정도 되는 어린애가 있었다. 더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빠르게 달려간 나는 그 어린애를 품에 안았다. 그와 동시에, 등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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