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그제야 주한준의 두 눈에 숨겨진 짜증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알코올이 가져오는 멍한 감각까지 더해지자 지금의 그는 왠지 모르게 서러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주한준은 방금 막 임지아와 백일 기념일을 축하한 참이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걸까?
이런 때의 궁금증은 아주 조금이라도 몹시 우스워보였다.
만약 엄겨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나는 딱히 해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친구예요.”
선의를 베푸는 사람은 이런 이유 없는 적의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괜한 걱정이세요, 주 대표님.”
“왜 해명하는 건데?”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주한준은 나를 내리깔아보며 말했다.
“이제와서 내가 궁금해 한다고 생각해?”
오만한 말투가 귓가에 들려와 나는 고개를 들어 주한준의 검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러다 문득 그 속에서 내키지 않는 듯한 눈빛을 발견했다.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술에 취해 보인 착각이 분명했다.
“주 대표님이 먼저 물은 거잖아요?”
나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시야 끄트머리로 담배 가치를 쥔 주한준의 손이 주먹을 살짝 쥐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 순간, 주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진아, 넌 늘 그렇게 자기를 과대평가하기 좋아해.”
그림자가 멀어지고 주한결은 코웃음을 치더니 빠르게 등을 돌려 떠났다.
휘청이는 그의 뒷모습을 본 나는 천천히 손을 펼치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오늘 밤의 국면이 이미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튿날 아침, 우리는 당아연이 보낸 사직서를 받았다.
“남 팀장님과 사장님께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켜서 도무지 계속 여기에 있을 면목이 없어요.”
당아연은 하룻밤에 철이 든 듯 두 눈가에 담겨 있던 호기로움이 많이 준 채 미안해하며 말했다.
“게다가 남 팀장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이 팀에 들어온 건 순전이 이 직업이 좋아서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도무지 버티지 못하겟어요.”
당아연은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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