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3장
임지아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도 모처럼 정상적인 주말을 보냈다.
일요일 아침, 나는 고모부와 함께 거실로 가서 집을 청소하면서 오전 내내 바쁘게 일했다. 얼마가 지나서야 마침내 집도 집 다운 모양을 갖추었다.
바로 그때, 고모부의 휴대폰이 울렸다. 택배기사님의 전화였다.
고모부는 잔뜩 긴장된 눈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우리 집의 번지수를 알려주었다. 그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도 몰랐었다. 그가 제 발 저려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슨 택배예요?”
그러자 고모부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더듬었다.
“엄겨울이… 내가 이사하는거 알고, 그냥...”
나는 고모부가 우리가 전세집을 맡은 일을 엄겨울에게 알려줄 줄은 몰랐었다. 그때, 어제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연락한 일이 생각나서 참지 못하고 한마디했다.
“고모부, 저와 엄겨울 씨는…”
“왜?”
고모부는 갑자기 언성을 높이더니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진아야, 너도 충분히 훌륭해. 그런데 왜… 왜 안 된다는 거야?”
그는 목을 빳빳이 치켜들고 말했다. 그러다가 얼굴을 붉히며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다시 화를 냈다.
“주한준도 다른 여자를 만나는데, 넌 왜 안 된다는 거야?”
난 한껏 낙담한 고모부의 모습을 보며 그저 한숨만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수중에 있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얘기해요. 네?”
그러자 고모부는 나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 고모가 그러는데… 일과 연애는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그랬어.”
그 말에, 난 두 사람은 여전히 나에 대해 안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고모랑 고모부 말씀대로 할게요.”
그러자 고모부는 마침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식물 두 화분이 문 앞에 놓여있었는데, 하나는 키가 크고, 다른 하나는 아주 작았었다. 키가 큰 건 엄겨울의 집에 있는 것과 같은 천당조화였고 왜소한 것은 뜻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부겐빌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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