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3장
'임지아가 왜 갑자기 주한준한테 노래하라고 한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한준이 차가운 목소리가 들어왔다.
"왜? 너한테만 부른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르라고?"
"듣고 싶단 말이에요."
임지아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해 줘요. 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앉지 않았기에 두 사람의 대화를 아주 똑똑히 들었다. 나는 술잔을 꽉 쥐고 주한준을 쳐다보았는데 주한준은 아주 깔끔하게 일어서서 노래하러 걸어가는 것이었다.
룸이 어둡고 서로 얽힌 불빛 사이로 임지아와 눈이 마주쳤는데 임지아가 눈썹을 추켜세우고 입꼬리가 올라가서 나를 보며 웃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났다.
다시 룸 중간에 서 있는 그 꼿꼿한 주한준을 보았는데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다.
6년이 지난 오늘에야 주한준이 노래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만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하지만 익숙한 멜로디가 내 귀에 들려왔을 때 나는 마치 망치에 맞은 듯했다.
주한준이 내가 그 오피스텔에서 무수히 들었던 "수성기"를 부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너의 눈에 빠졌다는 걸 온 우주가 알 텐데, 시공간을 지나도 여전히 너한테 끌린다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어..."
나지막하고 쉰 목소리가 잔잔한 가야금 소리와 어울리자 나는 바로 2년 전 어느 날 밤을 떠올렸다.
무뚝뚝하던 주한준이 비를 맞으며 집으로 들어오더니 아무 말 없이 나를 품으로 끌어안고는 지금과 같은 다정한 톤으로 말했다.
"여보 난 너 없으면 안 돼, 절대."
주한준이 아주 드물게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달했었다. 나를 꽉 안았을 때 셔츠를 사이 두고 주한준의 심장 소리까지 들렸었다.
그때 녹음기에서 "수성기"가 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같은 사람과 같은 노래가 들리자 옛날과 지금, 그리고 앳된 얼굴과 성숙한 얼굴이 서로 겹치게 되었다. 그때의 약속은 칼이 되어 내 가슴을 후벼팠는데 너무 아프고 독했다.
주한준은 정말 연기를 잘했다.
나는 목이 아프다고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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