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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장

'안준연처럼 재벌 집에서 태어나야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래도 그런 성격이 분위기를 바로 끌어 올려서 분위기는 다시 전처럼 가벼워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케이크 맛 좀 볼까요?" 오영은도 눈치가 빠른지라 웨이터한테서 칼을 가지고는 바로 케이크를 잘랐다. 뭔가 의외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케이크를 잘랐으니 나눠주어야 했다. 주인공을 배려해서 나는 첫 번째 케이크를 안준연한테 줬다. 하지만 안준연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누나 이건 아니지. 누나가 아까 말했듯이 이번 완남행에서 주 대표님의 공로가 제일 큰데 첫 번째 케이크는 주 대표님한테 줘야지." 항상 장난기 넘치던 안준연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까 나는 너무 놀랐다. 안준연한테 잘했다는 칭찬의 눈길을 보내고는 기분 좋게 케이크를 주한준 앞에 가져다 놓았다. "원 디렉터님 말이 맞아요, 주 대표님 먼저 드세요." 주한준은 앞에 놓인 케이크를 보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남 팀장님, 내가 단 음식 안 먹는 거 까먹었어요?" 주한준이 이렇게 대놓고 케이크를 거절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임지아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거절하였기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임지아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오빠, 내가 당을 적게 넣었어. 한 번 먹어봐." 주한준은 임지아를 힐끗 보고는 케이크를 건네받았다. 갑자기 일어난 헤프닝이 드디어 끝나는 듯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먹고 떠들고 했다. 주한준이 계속 무표정으로 앉아 있었지만 이하연이랑 김성훈이 시끄럽게 굴었기에 분위기도 꽤 좋았다. 그렇게 놀다가 한 시간이 지났다. 나도 기분이 좋아 평소보다 조금 더 마셨는데 그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머리가 어지러워 났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 때 나는 조용히 로비를 나와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모퉁이에 있는 창문이 열려 있어서 찬 바람이 불었는데 순간 뼈가 시릴 만큼 추웠다. 그제야 경안시가 이미 일 년 중 제일 추운 계절에 들어섰다는 걸 느꼈다. '이 추운 날들만 지나면 희망이 보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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