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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장

주한준의 새하얘진 손 마디를 보고서야 진짜로 화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보통은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만 그 행동을 하였다. 나는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 적당히 결백을 증명할 말이 없어서 말뚝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주한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나를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남 팀장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주한준이 왜 또다시 주제를 돌렸는지 알 수 없었다. "계약을 하고 나면 당연히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야죠." "그래? 아닌 것 같은데?" 주한준은 나한테서 시선을 거두고 중얼거렸다. "남 팀장 아주 계산 잘했네? 안씨 가문 그 녀석이랑 계약하면 프로젝트도 완성할 수 있고 프로젝트 발언권도 가져올 수 있고 더 잘하면 새로운 투자자도 찾을 수 있잖아. 정말 일거삼득이야." 주한준의 깊은 눈동자는 마치 나를 잡아 삼킬 듯했다. 나는 주한준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한준이 날 이렇게 못된 년으로 생각하는구나.' '됐어,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뭐. 이렇게 된 이상 일을 처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똑똑한 주 대표님은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계약할 건지 안 할 건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주한준은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남 팀장 마음이 급한가 봐?" "프로젝트 생각해서 그래요." "아쉽네." 주한준은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 누우며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영한은 안준연이랑 계약안 할 거거든." 여기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있었지만 주한준이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요즘 내가 완남에서 뭘 겪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잘 봤잖아. 우리 목적이 음유시인을 찾는 거 아니었어? 지금 찾았잖아, 안준연이 우리랑 계약하겠다고 했고. 하지만 대체 주한준은 어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정말 어이없어." 그런 생각이 든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불쾌함을 누르고 말했다. "주 대표님, 큰일인데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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