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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장

주한준이 어디가 급한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얼굴은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눈은 여전히 아무 변화가 없는 잔잔한 눈이었다. 주한준이 아무리 감정을 잘 숨긴다고 해도 내가 걱정되었다면 그건 아마도 자기가 계획을 다 하지 못했는데 나처럼 중요한 이용 도구가 사라질까 봐 걱정한 걸 것이다. 이번 경쟁 결과가 뻔하지만 우리가 아직 영한과 협력하는 사이이게 나는 갑에서 함부로 화낼 수가 없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안준연한테 신호를 보낸 뒤 부은 발목을 이끌고 주한준한테 걸어갔다. "주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나는 최대한 내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주한준은 시선을 내 발목에 두고 담담히 말했다. "남 팀장 다친 타이밍이 참 그렇네요." 나는 가슴이 찡해나면서 이유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겨우 참으며 말했다. "별문제 아닙니다, 대표님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퉁명스러운 말투에 주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정지훈은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 "그럼 형수... 남 팀장님 의무실에 가보셨어요?" "다녀왔어요." 나는 짧게 답했다. "의사 선생님이 뭐래요? 심각하대요?" 정지훈이 계속 묻자 나는 가슴에 뭐가 막힌 것처럼 답답해 났다. 그냥 주한준의 비서일 뿐인데, 고작 몇 번 본 사이인데도 나한테 이렇게 안부를 묻는데 주한준은 날 비꼬고 또 비꼬았다. "별거 아니에요." 나는 씁쓸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말했다. "괜찮아요." 내 말이 끝나자 주한준이 말했다. "일하다 다쳤으니까 산재 처리 해줄게요. 경안시에 돌아가면 영한 재무실에 병원비 결제한 거 보내면 돼요." 나는 의아하고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주한준을 바라보았다. 설마 내 의료비를 보상해 주면 나한테 보상한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 이틀 동안 송이나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분명히 다 봤으면서, 내가 당한 억울함이 고작 그딴 의료비로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주한준에게 거리를 두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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