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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장

조수연은 곱지 않게 이장훈을 흘기며 새침하게 말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그 모습은 화가 났다기 보다는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사랑스럽게 보였다. 장해진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운전기사가 회사 대표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무례한데 조수연은 전혀 화난 눈치가 아니었다. 설마 교제 중이라는 이장훈의 말이 사실인 걸까? 이장훈은 그저 멋쩍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조수연의 반응이 귀여워 일부러 더 장난친 것도 있었다. 조수연은 이장훈을 흘겨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여기서 잡담하지 말고 빨리 주차장으로 가요. 나 급히 나가야 해요.” 이장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조수연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일단 가면서 얘기해요.” 이장훈은 어쩔 수 없이 스승님의 미션은 조금 미루기로 하고 조수연과 함께 휴게실을 나섰다. 장해진은 같이 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설마 둘이 정말 사귀는 사이라고? 허세가 아니라 진짜였어?’ 가는 길, 조수연은 자초지종을 이장훈에게 설명했다. “공장부지 하나를 전세 내고 한약을 생산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장에 조폭 같은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직원들을 밖으로 쫓아냈다네요.” 이장훈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 거라면 수연 씨가 가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은데요? 회사에서 보안을 관리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조수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대문을 지키는 경비실 직원들은 사실 그냥 구색을 맞추는 정도고 진짜 보안을 책임진 사람들은 가문의 경호원들이에요. 하지만 다 큰아버지의 심복들이라 그들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기 꺼려지네요. 지금 내 옆에 믿을 수 있는 남자는 장훈 씨가 유일해요.” 이장훈은 그제서야 조수연의 처지가 얼마나 곤란한지 알게 되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스승님이 준 미션을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알았어요. 내가 가서 상황을 한번 살펴보죠.” 20분 뒤, 그들을 태운 차는 제약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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