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장
유은정은 이장훈이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진짜인 것처럼 말을 하고 있으니 왠지 눈앞의 남자가 공포스럽다는 생각이 확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와 대화를 나눌 때 그가 내뱉은 말들이 진짜인지 아닌지 가늠하기가 힘들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재차 떠보기로 했다.
“여자 목소리도 들었던 것 같은데요?”
응?
이장훈은 유은정에게 시선을 돌렸고 호기심이 가득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마음이 놓였다.
아마도 그와 조수연이 차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르고 있나 보다.
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심심해서 노래를 틀었었는데 여자 가수의 노래가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가 아니라서 그냥 끊어버렸어요. 일단 그 얘기는 그만하고 집 주소부터 알려주세요. 데려다줄게요.”
이장훈이 한 치의 틈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자 유은정은 이상하게도 실망감이 들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남자가 그닥 마음에 내키지가 않았다.
“동현 아파트로 가면 돼요.”
그 말만 남기고 입을 다문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차 안에서의 이장훈과 조수연이 저세상 모르게 심취해 있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애써 생각을 떨쳐버리고 했지만 그 장면들은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마냥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장훈한테 시선이 옮겨졌고 건장한 몸매에 시크한 옆모습으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씨 가문.
한만석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손에 든 지팡이를 들고 눈에 보이는 족족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겨우 진정이 된 그는 지팡이를 짚고 숨을 크게 헐떡였다.
집사가 나서서 말을 건넸다.
“회장님, 건강에 주의하셔야 청산 도련님을 대신해 복수하죠.”
한만석의 얼굴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고 늙은 눈매 사이로 매서움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청산이가 분명 이장훈은 절대 자기한테 상대도 안 된다고 했었는데! 그놈이 무슨 능력으로 청산이를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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