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5장

무능한 사람이라는 얘기에 조수연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김인영을 바라보았다. “이장훈 씨는 사람 목숨을 구할 능력을 갖고 있어요. 이게 무능한가요? 우리 할아버지는 2천억 현금이 든 블랙카드를 가지고 가서 이장훈 씨를 초대했어요. 그만큼 가치가 있는 분이라는 뜻이죠. 이런 남자가 무능해 보여요?” 2천억이라는 말에 김인영은 충격에 빠졌다. 이장훈의 능력치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던 그녀였다. 한 번도 그가 의술을 익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조 회장님 같은 분이 2천억을 뿌린다고 하면 얼마든지 유명 전문가를 모실 수 있을 텐데 굳이 이장훈을 선택할 이유가 있나요?” 장명수도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2천억이라니! 명안그룹 전체를 팔아도 2천억을 넘길 수 없었다. 그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고작 몇 억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장훈은 환자 한명 치료하고 2천억을 보수로 받는다니! 솔직히 부러웠다. 조수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장훈 씨의 기술이 그럴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2천억의 가치를 가진 기술? 김인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장훈은 언제부터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된 거지?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황당했다. 조수연은 김인영이 말이 없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이장훈 씨가 나한테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했죠? 그럴 리가요. 할아버지가 직접 이장훈 씨 댁에 찾아가서 사돈 맺고 싶다고 청했어요. 그때 두 사람은 이미 이혼서류에 사인을 한 상태였고 아직 수속을 밟지 않았다고 해서 하루 더 기다린 거예요. 난 이장훈 씨가 구청을 나오자마자 기사를 보내 그분을 모셔왔고요. 이장훈 씨에 대한 내 프로포즈라고 봐도 좋아요.” 김인영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머릿속이 이미 백지장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날의 호화 외제차 행렬이 떠올랐다. 이장훈이 허세를 위해 빚을 내서 렌트한 줄 알았는데 그게 조수연의 프로포즈였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녀가 깔보고 무시했던 남자가 조수연에게는 꼭 가지고 싶은 보물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장훈을 바라보았다. 지난날 자신을 아껴주던 자상한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제 싸늘한 눈빛으로 가만히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빛에는 혐오의 감정마저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감옥에 수감되었던 이장훈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나왔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이장훈이 거짓말을 해서 조 회장을 속였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이장훈은 절대 조수연이 말하는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김인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거짓말을 까발리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 “조 대표님, 제가 알기로 이장훈은 따로 의학 공부를 한 적이 없어요. 왜 해외 전문가를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저런 근본도 출처도 불분명한 돌팔이한테 생사를 맡긴 거죠?” 장명수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끼어들었다. “조 회장님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포기했다면서요. 이장훈이라고 뭔가 방법이 있을까요?” 이때, 조태풍이 입을 열었다. “이장훈 씨가 전문가야. 내가 선택한 의사인데 뭐가 문제라는 거지?” 김인영은 앙칼진 목소리로 반박했다. “그럴 리가 없다니깐요! 저 저 사람과 몇 년이나 부부로 산 사람이에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으면 제가 알았겠죠! 여러분은 속고 계신 거라니까요!” 조태풍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에 경호원 시켜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한 이유는 이 선생이 내 진료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치료를 받고 말끔히 나았고. 굳이 증명할 필요가 있나?” 김인영은 그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조태풍이 말을 이었다. “아까 당신들이 밖에서 떠드는 소리 때문에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어! 당신들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다고! 당신들은 그거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해! 오늘부터 태진의 협력사들은 장영 물산과 절대 거래하지 못하게 할 거야. 장영과 거래하는 모든 업체를 태진그룹은 적으로 돌릴 거라는 말일세!” 김인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는 봉쇄령과 다를 바가 없었다. 조 회장이 이런 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는데 누가 감히 그들과 거래하려 하겠는가? 그녀가 꿈꾸던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은행 대출은 어떡하지?’ 조태풍은 장명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넨 어디 회사 사람이야?” 겁에 질린 장명수는 연신 뒷걸음질치며 변명하듯 말했다. “이 일은… 저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와 김인영 씨는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 두 사람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 정말이에요! 앞으로 절대 저 여자와 왕래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말을 마친 그는 도망치듯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가버렸다. 절대 태진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큰형이나 아버지한테 감금을 당할지도 모른다. 조수연은 김인영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당신을 위해 감옥까지 간 사람한테 당신은 이혼서류를 내밀었죠. 힘들 때 가족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가는 당신 같은 여자를 만난 장훈 씨가 불쌍하네요. 세상에 당신처럼 멍청한 사람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에요.” 김인영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장명수는 도망가고 태진그룹은 장영물산에 관해 봉쇄령까지 내렸으니 그녀는 완전히 송강시에서 입지를 잃은 것이다. 어떻게 쌓아 올린 입지인데 한순간에 무너진 기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까지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이장훈은 착잡한 눈빛으로 김인영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심을 굳힌 듯, 시선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장훈 씨!” 김인영은 떠나려는 그의 걸음을 멈춰세우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장훈 씨, 가지 마! 나 버리고 가지 마!” 이장훈은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가 묵묵히 다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김인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훈 씨, 제발 가지 마.” 결국 그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더 할 말이 남았어? 우는 거 보고 있으라고?” 김인영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장영물산 몸집이 커지면서 난 은행에 거액의 대출을 냈어. 회사가 매출이 안 나오면 이자도 갚기 힘들다고. 만약 조 회장님 말대로 된다면 장영물산은 하루아침에 망할 거야.” 이장훈은 고개를 들고 맑은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김인영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이장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회사 소유주는… 아직 당신 이름으로 되어 있어. 당신이 창립한 회사잖아… 당신이 심혈 기울여 키운 회사잖아.” 이장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많은 심혈을 기울였지. 넌 그걸 빼앗았고.” 김인영은 계속해서 애원했다. “회사 이대로 망하게 지켜만 볼 거야? 3년 동안 회사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난 이미 끌어쓸 수 있는 대출을 전부 끌어다 썼어. 회사가 망하면 대출은… 어떡하라고. 어쩌면 사기죄로 기소 당해 감옥에 갈 수도 있어. 조 회장님께 그러지 말라고 말만 좀 해줘.” 이장훈은 착잡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감옥에 그렇게 가기 싫으면 방법이 있어.” 김인영은 그가 도와주겠다고 하는 줄 알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무슨 방법?” 이장훈은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남자 찾아서 결혼해. 그리고 그 남자를 너 대신 감옥에 보내.” 순간 김인영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장명수는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자 그녀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혼자 도망쳐 버렸다. 어디 가서 대신 죄를 뒤집어쓸 남자를 찾는단 말인가! 싸늘한 공포가 그녀를 엄습했다. 과거 기꺼이 자신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겠다던 이장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제야 그때의 이장훈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김인영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날 가장 사랑해 준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아직도 나 사랑하는 거 알아. 이혼은 잘못된 선택이었어. 그러니까 이제 돌아와!”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