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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지시를 들은 경호원들은 곧장 대문 밖으로 향했다. 이곳은 별장 세 채가 이어져 있는 구조의 사택으로 넓은 마당에 유리온실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1미터가 조금 넘는 담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어서 밖에서도 안쪽 풍경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경호원들은 대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김인영과 장명수를 막았다. 김인영은 웃는 얼굴로 경호원에게 말했다. “우린 조 대표님과 비즈니스 협력 때문에 왔어요.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그분이 최근 사기꾼에게 속고 있는 것 같아서 알려드리러 온 거예요. 우리가 들어가서 막아야 해요.” 경호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했던 말을 반복했다. “돌아가세요. 오늘 저택은 어떤 손님도 받지 않습니다.” 김인영은 정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창가에 커튼이 쳐져 있는 게 보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 짐승, 대낮부터 뭘 하는 거야?’ 그녀는 얼굴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조수연이 왜 남녀관계에서 이토록 멍청하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알겠어. 조수연은 얼굴만 반반하고 사랑에 빠지면 주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던 거야. 잠자리를 가진 남자에게 모든 걸 주는 그런 스타일인 거지.’ 만약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가진다면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급해진 그녀는 큰소리로 소리쳤다. “말해줄 게 있어요. 조 대표랑 같이 온 그 남자, 사실 전과자예요. 그 인간이 조 대표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당신들이 그 책임을 질 수 있어요? 비켜요!” 한편, 조용한 방 안. 이장훈은 조태풍을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인삼과 준비한 약재들을 섞어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 방 안에는 한약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15분 정도 지나, 그는 탕약을 조태풍에게 건넸다. 그리고 금침과 은침으로 나뉘어진 가죽 가방을 꺼냈다. 이장훈은 왼손에는 은침, 오른손에는 금침을 잡고 조태풍의 인당혈을 찔렀다. 조태풍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침 두 개로 같은 혈자리를 찌른다고?” 이장훈은 거기에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 침술은 음양 침술이라는 침술인데 음양을 재조합하여 새 삶을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장훈도 두 번째로 행하는 침술이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는 양 손으로 신속하게 혈자리에 침을 꽂았고 어느새 조태풍의 머리에는 침으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이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이장훈이 허공에서 손짓을 멈추었다. 치료가 중단되자 조태풍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속에서 치밀었다. 이장훈은 분명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체 누가 밖에서 떠드는지 이가 갈렸다. 만약 움직일 수 있었더라면 당장이라도 칼 들고 뛰쳐나갔을 것이다. 이장훈은 길게 심호흡하고 다시 정신을 집중한 뒤, 침술을 시전했다. 조태풍은 진이 빠져 기절해 버렸다. 이장훈은 수시로 그의 상태를 체크하며 침을 뽑기 시작했다. 침 끝에서 검은 피가 묻어 나왔다. 치료가 끝난 뒤, 그는 조태풍의 맥박을 체크했다. 다행히 치료는 순조로웠고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조수연이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 “아까 어떻게 된 거예요?” 조수연은 발꿈치를 들고 방 안을 살피며 다급히 물었다. “할아버지는 좀 어때요?” 이장훈은 분노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어요. 무조건 조용해야 한다고 아까 얘기했잖아요. 대체 왜 밖에서 소란을 부린 거예요?” 조수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 “장훈 씨 전처가 왔었어요. 얼굴도 보기 싫어서 경호원들한테 조용히 시키라고 했고 이제 좀 조용하네요.” 김인영 얘기가 나오자 이장훈은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뭘 원하는지 내가 만나봐야겠어요.” 밖으로 나가자 김인영은 아직도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장훈은 다가가서 버럭 화를 냈다. “김인영, 대체 원하는 게 뭐야? 너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 뻔했는지 알아?” 김인영은 이장훈을 보자 더 소리를 높였다. “이장훈, 난 네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러 온 거야! 왜? 긴장돼?” 이장훈은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까 하마터면 인명사고가 날 뻔한 거 알아?” 김인영도 지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 “이장훈, 원래 이렇게 비겁한 사람이었어? 조수연 씨랑 결혼하려고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잠자리를 가지려 한 거야?” 이장훈은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김인영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인들끼리 순진한 척하지 말자. 대낮에 커튼까지 다 치고 뭘 하려고 했는지 모를 것 같아? 이장훈, 거울 좀 보고 살아. 전과자에 아무것도 없는 거지 주제에 나도 못 참겠어서 널 버렸는데 감히 태진그룹 대표를 넘보다니! 양심이 있어야지!” 말을 마친 그녀는 정원 안쪽을 힐끔거렸다. 조수연이 한 노인을 부축해서 나오고 있었다. 김인영은 다급히 조수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 대표님, 저 김인영이에요. 아까 길에서 못했던 말을 전하려고 왔어요. 대표님이 너무 걱정돼서요.” 조수연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했다. “듣고 싶지도 않고 그쪽 얼굴 보고 싶지도 않아요!” 김인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오해세요, 대표님. 진실을 알면 분명 저한테 고마워하실 거예요. 이장훈 이 사람 감옥에 3년을 살고 나온 사람이에요. 나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어요. 제가 이혼을 왜 했겠어요. 저 인간이 하는 말은 믿을 게 못돼요!” 말을 마친 김인영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조수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수연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기를 기대했다. 심지어 머릿속으로는 조수연이 자기한테 사과하고 계약서에 사인해 주는 모습을 상상했다. 조수연의 표정은 점점 차게 식어갔다. 이미 이장훈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었고 할아버지도 그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했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김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고맙네요!” 김인영은 기대했던 말이 나오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날을 위해 며칠을 고군분투했는데 드디어 보답이 돌아온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태진그룹과의 협력 사업이었다. 드디어 장영 물산이 날개를 얻고 비상하게 되는 건가! 이장훈과의 이혼은 정확한 선택이었다. 짐을 덜어내야 더 빨리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그녀는 흥분에 목소리마저 떨렸다. “대표님을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같은 여자끼리 힘을 합쳐야죠.” 옆에 있던 장명수도 거들었다. “그래요. 앞으로 우리 잘해봐요.” 조수연은 날이 선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고맙다고 한 건 당신이 이장훈 씨와 이혼해 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에게 기회가 올 수 있었죠. 나 곧 장훈 씨와 약혼할 거예요.” 김인영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수연을 바라보았다. “둘이… 약혼을 한다고요? 제가 한 말 제대로 들었어요? 저 인간 전과자예요!” 조수연은 멍청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김인영을 보며 말했다. “알아요. 그리고 장훈 씨가 당신을 대신해서 감옥에 갔다는 것도 알죠. 이로써 장훈 씨는 책임감 있고 멋진 남자라는 것을 증명했어요. 이런 남자라면 손에 꼽을 정도로 괜찮은 남편감이죠.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이런 남자와 이혼하는 멍청한 결정을 내린 당신이 말이죠.” 김인영은 조수연이 다 알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당신은 국내 유명 대기업 대표잖아요. 고귀한 집안에서 자란 귀한 분이죠. 이장훈이 전과자에 무일푼 거지라는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대표님만 원하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이장훈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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