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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돌아오라는 소리에 이장훈은 저절로 비웃음이 지어졌다. “며칠 전 나도 너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 예령이 위해서라도 이혼은 아니라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라고. 그땐 오히려 날 비웃었잖아.” 김인영은 다급히 말했다. “장훈 씨, 그땐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 봐.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어. 정신 차리니까 그 선택이 너무 후회가 돼. 우리 재결합하자!” 이장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회?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별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인영이라는 여자에게 완전히 실망한 순간이었다. 김인영은 멀어지는 이장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온 세상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조급한 마음에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장훈 씨, 아직 나 사랑하는 거 알아! 출소하던 그날도 웃으며 나한테 달려왔잖아! 나 안아주려고 했잖아! 그게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증거야!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가지 마… 제발….”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이장훈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 김인영은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서 커튼이 쳐진 별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당신도 나 사랑하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사과하는데 왜 안 돌아온다는 거야? 예령이는 어떤 기분일지 생각은 안 해? 두고 봐.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을 되찾고 말 거니까!” 한편. 거실로 들어온 이장훈은 조용히 침묵만 유지하고 있었다. 조태풍은 따뜻한 차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선생, 날 살려줘서 정말 고맙네. 이제 곧 가족이 될 사람이니 말은 편히 하지. 자네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지금쯤 뒷일을 준비하고 있었을 거야. 정말 고맙네.” 이장훈은 공손히 찻잔을 받들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꼭 당부할 말이 있어요. 앞으로는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을 계속하시면 안 됩니다. 물론 밤을 새워도 안 되고 정서적으로 절대 안정을 취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어요.” 그 말에 조태풍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일반인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는 태진그룹의 수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적당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들, 손자 통틀어 태진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인재가 없었다. 그나마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조수연인데 안타깝게도 여자라서 아들과 손자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다. 그는 이장훈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두 눈을 반짝 빛냈다. “수연이는 내일 서울로 돌아갈 거야. 자네도 같이 가서 수연이 부모님 먼저 만나보는 게 어떤가?” 사실 불필요한 과정이고 조 회장 한 마디면 혼사를 결정할 수 있지만 그의 목적은 이장훈이 조수연을 도와 그룹 내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었다. 이장훈은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 “저는 출소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아직 부모님이랑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습니다. 매일 애 유치원도 보내야 하고요.” 조태풍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내가 자네 아버지랑 바둑을 두기로 했네. 예령이 그 아이는 걱정 말게. 내가 유치원까지 픽업하지.” 이장훈은 조수연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부모님부터 만나는 건 좀 이르지 않나요?” 조태풍은 빙그레 웃었다. “아니. 난 좀 늦었다고 생각해. 결혼까지 갈 사람들끼리 우물쭈물거릴 게 뭐가 있나. 빨리 진도를 빼는 게 좋지!” 이장훈에 대한 조수연의 인상은 이틀 사이에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적어도 이 남자가 인성이 괜찮고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할아버지도 이렇게 적극 밀어주고 있고 그녀는 할아버지의 안목을 믿었다. 조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장훈의 답을 기다렸다. 이장훈도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내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집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모님과 상의해야 하는 문제였다. 조태풍은 이장훈을 배웅한 뒤, 의미심장한 말투로 손녀에게 말했다. “수연아, 이번 기회에 장훈이 저 친구와 조금 더 가까워지도록 해. 교제 관계를 확정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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