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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나영재는 정서가 다운돼 보였다. 변함없이 칙칙한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예쁜 눈동자는 깊은 사색에 잠긴 듯 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얼굴에 나 있는 손 자국이었다. 할아버지가 때린 건가? “소희야, 이리 와.” 나영재 할아버지는 안소희를 보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안소희가 걸어갔다. 안소희는 눈앞의 노인이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가족으로 지내온 2년 간 안소희는 할아버지가 엄청 재미도 있으시고, 아는 것도 많을 뿐만 아니라 오픈 마인드를 가진 노인이라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친할아버지와 손녀 사이 같았다. “너희 두 사람 일은 이 할비도 다 알았다.” 할아버지는 안소희의 손을 꼭 잡더니 미안함이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 보았다. “우리 나 씨 집안이 너한테 몹쓸 짓을 한 거야. 이 할비가 잘못 교육했어.” “이건 저 사람 잘못이에요.” 안소희는 할아버지를 위로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와 나 씨 집안과는 상관 없는 일이에요.” 나영재: “?” 얘는 말을 왜 저 딴식으로 해! 할아버지는 심경이 더 복잡해졌다. 안소희에게 더욱 미안했다. 이렇게 마음씨가 고운 애를 두고 영재 저 녀석은 대체 왜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걱정 말거라. 할아버지가 살아있는 한 그 여자를 나 씨 집안에 들이는 일은 없을 게다.” 할아버지는 엄청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전혀 농담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저 녀석이 자기 맘대로 하겠다고 하면 저 녀석 앞에서 죽어 버릴 것이야.” “할아버지.” 나영재의 미간에 불만이 드러났다. 할아버지는 아예 나영재를 쳐다 보지도 않았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안소희도 할아버지의 화난 모습에 놀라 얼른 달랬다. “할아버지, 그건 안 좋은 방법이에요.” “좋은 생각이라도 있니?” “있어요.” “얼른 말해보렴.” “할아버지가 얼른 정신 차리시는 게 가장 큰 위엄이 아닐까요?” “그러냐?” “물론이죠.” 안소희는 할아버지를 달래고 있는데, 옆에 서있던 나영재는 화가 났다. “저라면 좋아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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