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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장

심서는 가만히 서서 주현규를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주현규는 양쪽에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었다. 어느새 심장마저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세상의 모든 감정이 담긴 듯한 심서의 눈은 차갑게 식은 주현규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주현규.” 하지만 주현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가까스로 현재 감정을 버텨내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 그런 모진 말을 하고 있으니, 심서보다 그의 마음이 더 아파왔다. 요 며칠 동안 그는 계속 고민을 했었었다. 심지어 한 순간에는 심서의 예전의 잘못을 용서하고 싶기도 했었다. 심서가 자신을 징그럽다고 말한 것을 용서하고, 그의 부모님에게 자신과 만나는 건 오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던 것을 용서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심서가 당시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말을 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후 심서는 가장 먼저 그에게 해명하지 않아 그것들은 이제 주현규의 뼛속까지 단단히 새겨져 있었다. 두 사람의 감정이 한껏 무르익고, 사이가 좋을 때에는 지난 일들을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심서가 조금만 잘못해도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할 것만 같았다. 주현규는 자신이 이렇게 변한 모든 원인은 바로 당시 심서와 결별한 후 감정적으로 예민해졌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좀처럼 극복할 수 없었다. 이럴 바에는 한 번에 잘라내는 게 나았다. “혹시 나를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야?” 심서는 담담하게 주현규에게 물었다. 주현규는 예전의 감정을 유지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 나의 이런 행동이 너에게 당시의 네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일깨워주게 하는 거라면 네 성격으로 지금의 이런 태도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 거야.” 심서는 그의 모든 따듯함으로 과거의 잘못을 보상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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