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9장

“왜 말이 없어?” 주희가 다시 물었다. “전에 나한테 잘해줬던 거, 다 기억하고 있어.” 남지현은 지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말을 바꾸었다. “내 마음속에서 넌 언제나 특별한 존재였어.” “그럼 언제부터 날 좋아한 건데?” 주희가 캐묻자 남지현은 그녀를 흘깃 보다 조용히 차에 시동을 걸었다. 주희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의아한 얼굴을 했다. “진실이 듣고 싶어, 듣기 좋은 말이 듣고 싶어?” 남지현은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다음에야 물었다. “당연히 진실이지.” 주희의 말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의 얼굴에는 순수한 기색이 역력했다. “듣기에만 좋은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데.” “네가 나한테 고백한 다음에 좋아한 거야.” 남지현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주희가 그에게 고백을 하기 전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좋아한다거나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주희에 대한 특별한 마음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주희는 조금도 놀랍지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이 동할 따름이었다. “그럼 룸에서는 왜 전부터 날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 거야?” “너한테 불친절한 사람들인데 만약 그 사람들이 네가 날 좋아하고 따라다녔다는 걸 알게 되면 안 좋은 말들을 할 테니까.” 남지현은 주희와 염나연이 화장실에서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난 네가 뒷담화 듣는 게 싫어.” 비록 지금은 남녀가 평등한 사회라지만 대부분의 일에서 여자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었다. 여자가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짝사랑을 하다 그 사람과 결실을 맺게 되었을 때 공감하는 건 대부분 똑같은 짝사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며 축복을 해주는 것도 대부분 여자들이었다. 그는 주희가 늘 잘 지내며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길 바랐다. 주희는 마음이 따스해졌다. 두 눈에는 온통 행복한 기운이 가득했다. 남지현은 이전의 일을 떠올렸다. “염나연은 늘 너한테 저렇게 대해?” “오늘이 처음이야. 전에는 그냥 내가 남자 친구 없다고 뭐라고 하는 정도였어.” 주희는 염나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