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1장

“아직도 여기에 서서 뭐 하는 거야?” 주현규의 시선은 여전히 히죽히죽 웃고 있는 심서에게로 향했다. 그의 나른한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어서 나가.” “갈곳이 없어.” 심서는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 하지만 주현규는 그런 그를 상관하지 않았다. “그건 네 일이야. 나랑은 상관없어.” “왜 너랑 상관이 없어? 만약 나가 길거리에서 자다가 실수로 차에 깔려 죽으면 어떡해?” 심서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때 가서 내 시체를 안고 후회하고 싶어?” “…” 주현규는 날이 갈수록 심서가 말도 안되는 고집이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냥 여기에 있게 해줘. 어차피 방이 이렇게 많은데.” 심서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 주현규에게 끈질기게 치근덕거리고 있었다. “나 한 명 정도는 끼워줄 수 있잖아.” “나가.” 주현규는 여전히 이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자 심서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치 나갈 수는 있는데, 그러려면 네가 직접 나를 들어서 밖에 갖다놓으라는 것처럼 보였다. “삼촌. 그냥 숙모를 여기에 있게 하세요.” 주희는 왠지 자신이 어시스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꽤 떠들썩하고 좋잖아요.” “그래, 맞아. 맞아.” 심서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주현규는 주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넌 내가 네 부모님께 네가 당시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 몰래 자주 귀국했던 일을 말했으면 좋겠어?” “…” 원래 주희와 주현규의 관계는 그저 서로 예의를 갖루는 가족 간의 그런 순수한 관계였다. 하지만, 주현규가 주희의 짝사랑에 대한 비밀을 하나하나씩 깨뜨리고 난 후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새 친구 사이가 되어버렸다. “누구를 짝사랑하는데?” 심서는 잔뜩 궁금해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희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예전의 짝꿍이요.” “아직도 좋아하는 거야? 그런거라면 이 숙모가… 아니, 이 오빠가 도와줄게.” 심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