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5장

“그럼 내가 너를 좋아한다면?” 주희는 청초한 눈빛에는 장난스러움이 스쳐지나갔다. “넌 우리 아빠의 사위가 되고 싶은 생각 있어?” 남지현은 잠시 멈칫했다. 순간, 그는 정신이 멍해졌다. 주희는 그런 그의 모습에 더 이상 남지현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냥 놀리는 거야. 놀라는 것 좀 봐.” “주희야.” 남지현이 그녀를 불렀다. “응?” 조수석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주희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비록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를 먹고 가족들이 재촉해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지현은 차를 몰면서 한마디 한마디 정성껏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난 네가 좋아서 결혼하는 거였으면 좋겠어.” “왜?” 주희는 궁금했다. “넌 행복해야 하니까.” 남지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 생에, 그의 요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남지현은 사장님과 그녀의 가족들이 모두 평안하고 건강하는 것, 그리고 주희라는 좋은 아가씨가 평생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랐다. “나한테 뭐라 하기 전에 너 자신부터 알아서 해.” 주희는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넌 30대 초반인데도 연애를 못하고 있잖아. 다른 사람이 알게되면 너한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남지현은 예전과 다름없이 담담했다. “신경 안 써.” “내가 신경 써.” 주희가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 그 말에 남지현은 멈칫했다. 주희는 돌직구를 날리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학창시절 짝꿍이야. 넌 그렇게 좋은 사람인데 만약 누가 네 험담을 한다면 기분이 나쁠 거야.” 남지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차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마음속으로 더욱 다짐했다. 꼭 주희를 도와 믿을 만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기로. “왜 말이 없어?” 주희는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어떤 사람이 너랑 어울릴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남지현은 진지하게 얘기했다. “…” ‘정말 바보같아.’ 남지현은 머릿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