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하지훈은 내가 하석훈이랑 불륜을 저질렀다는 걸 믿을지 언정 내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없는 나한테 가까이 다가와 우람진 몸으로 나를 막았다.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며 그는 더 음침하고 무섭게 변했다.
나는 공포에 질려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는 몸을 살짝 숙여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욕은 당연히 받는 거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할머니한테 사과하는 거야.”
나는 흠칫 놀라며 그를 쳐다봤다.
‘사과? 내가 왜 할머니한테 사과해야 하는 거지? 할머니한테 잘못한 적은 없는데?’
내가 의혹에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하지훈은 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아영 씨 기억력 나쁜 건 알고 있었지만 2년 전에 있었던 일을 까먹은 거야? 네가 우리 할머니를 욕했던 건 까맣게 잊었어?”
‘2년 전? 할머니를 욕했다고?’
나는 머리를 빨리 굴리며 과거 기억을 떠올리다가 무언가가 떠올라 깜짝 놀랐다.
‘설마 그때?’
그날, 하지훈은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와 나를 끌고 하씨 가문으로 가자고 했다.
당시 결혼 1년차였고 그 당시의 그는 나한테 눈엣가시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하씨 가문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많이 돌았고 친척들도 오합지졸들이었다.
하여 나는 그 당시 하씨 가문을 매우 하찮게 여겼었다.
그러니 하씨 가문으로 가자는 그의 말이 내키지는 않는 게 당연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평생 하씨 가문에 발을 디디지 않을 거라 큰소리쳤다.
이에 하지훈은 할머니가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며 손주 며느리를 꼭 한 번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편견에 휩싸여 그 말이 모두 거짓말처럼 들렸다.
기억 속 나는 그한테 이런 말을 남겼었다.
“넌 하씨 가문의 보물단지잖아. 그런데 할머니가 날 보고싶다고 하셨다고? 그냥 이 기회에 우리 도씨 가문과 엮이려는 거 아니야? 할머니를 핑계로 삼다니 참 웃겨, 염치도 없지. 할머니한테 전해드려, 난 절대 하씨 가문에 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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