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친척들의 말에 조소와 악의가 들어있었다.
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그 말들을 듣고 있었다.
오늘 밤 여기로 온 목적은 친척들의 모욕을 한 몸에 받기 위함이었다. 하지훈이 만족할 때까지...
“이제 그만하세요.”
이때, 하석훈이 갑자기 나서서 날 도와줬다.
“모두 힘들 때가 있는 법입니다. 애당초 얘가 우리 집에 발을 들이지 않은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이걸 꼬투리로 잡아 아영이가 우리를 무시하고 아영이한테 악의 품을 이유는 없습니다. 가문이 파산된 게 잘못입니까? 누구한테 손해 끼친 적도 없잖아요!”
“석훈아, 얘는 네 형이랑 결혼했던 애야! 당시에 얼마나 기를 죽였는지 알아? 왜 이런 애 편을 들어줘? 혹시 너도 예전에 얘랑 사귀었던 거야?”
“얘랑 지훈이 이혼한 건 모두가 알고있어! 이진아, 너 혹시 진짜 얘를 좋아하는 거야?”
“아니! 다들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이때, 이가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 이진이는 나중에 명문 가문에 장가갈 애라고요! 우리 이진은 그냥 아영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하석훈이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난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했다.
날 위해 나서준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분과 나의 과거 때문에 그가 도우면 도울수록 내 처지만 난처해진다는 걸 그는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나 때문에 그도 나락 갈 지 모른다.
하석훈은 조급하고 가슴 아픈 눈길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애걸하는 눈빛으로 그를 보며 그만하라 표시했다.
이때, 곁에서 누군가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웃음소리였다.
다름 아닌 하지훈이었다.
그는 똑같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나 하지훈이 가졌었던 물건은 버릴지 언정 절대 남한테 뺏기지 않아.”
비수가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 듯했다.
‘가졌었던 물건?’
이제는 아예 대놓고 날 모욕하려는 듯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이러면 나의 마지막 남은 한점의 자존심이라도 지킬 수 있을 듯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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